(서울=연합인포맥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특히 회사채 비수기인 8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등급 `AA' 이상 최상위 군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BBB'이하 회사채들의 미매각률은 거의 100%에 달하는 상황이다. 웬만한 신용 우량 기업이 아니면 시중에서 자금을 구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월 중 회사채 만기 물량은 전월비 22.6% 증가한 3조4천억원이다. 이중 신용등급 `AA' 이상의 물량의 비중은 56.4%에 달한다.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신용등급 B군 이하의 회사채 만기 도래물량에 대한 롤오버(차환)이 어렵다는 말이다.

차환 수요의 부진을 만회하려면 발행시장이 살아나야 하는데, 이달인 7월 중 회사채 발행 규모는 2조6천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조2천억원의 절반도 안된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정부가 발표한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 대책의 약효가 있기를 바래 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정책의 효력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이 공조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한 기업에 는 유동성을 공급해 준다는 것은 획기적이지만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하지만 또다른 방편으로 제시된 하이일드펀드(High yield fund) 시장 활성화에 대한 증권업계의 시각은 다소 희망적이다. 저금리와 증시부진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투자금들의 활로를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익 고위험 정크본드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하이일드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002년만 하더라도 6조원에 달했다. 그러다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400억원 수준으로 거의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저금리와 증시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엔 설정액이 7천억원대로 올라섰다. 펀드수도 2011년 16개에 비해 두 배 가까운 31개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비우량 회사채를 일정 비율 이상 편입한 하이일드펀드에 대해 분리과세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자금부족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고, 투자자들에게는 고수익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고위험군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가 없다는 점과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위험관리가 어려워서 이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최근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매력적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할 것같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 7월 마지막주(22~26일) 신규 발행 물량은 75억달러(17건)으로 5월23일 주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재 제시된 금융당국의 하이일드펀드 활성화 대책이 보완되고 정크본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면 빈사의 한계기업들엔 가뭄의 단비가, 투자자들에겐 수익 창출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실현되길 바래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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