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스터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E.S. 브라우닝은 4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지난 7년간 투명성을 강조하던 버냉키 의장이 최근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발언으로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하자 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우닝은 또 Fed가 지금 통화정책 운용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긍정적인 소식으로 가지고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으나 부정적인 소식을 가지고 소통하면 안 좋은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 버냉키 의장이 연내 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자 주가와 국채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그러자 Fed는 언제쯤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지 확실치 않고, 상황에 따라 자산매입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상황을 황급히 수습했다.

바이런 위언 블랙스톤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부회장은 버냉키 의장 자신도 테이퍼링을 언제 시작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위언 부회장은 "버냉키 의장이 어떤 행동에 나설지 확실히 정한 것 같지 않다"며 "테이퍼링 쪽으로 기운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Fed가 결국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지만 미국 경제상황이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에 테이퍼링 시기를 늦출 것으로 내다봤다.

Fed의 양적완화(QE) 축소 시기를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닐 소스는 Fed가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테이퍼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9월에 자산매입을 축소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ed가 12월에 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고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는 (자산매입 축소 시기를) 9월로 점쳤다.

브라우닝은 이처럼 Fed의 테이퍼링 시기를 두고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이는 버냉키 의장이 원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불쾌한 진실보다 낫다는 말이다.

그는 또 시장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시간을 갖고 미 경제상황이 개선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브라우닝은 버냉키 의장이 시장을 안정시키면서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나 이와 함께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에 대해 다시 언급하면 투자자들이 언제라도 '팔자'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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