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브라질이 저성장과 경상적자 확대로 덫에 걸린 모습이다.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헤알화 가치마저 급락해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저성장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며 헤알화도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경상적자 확대 = 브라질의 경상적자는 6월에 725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3.2%로 빠르게 악화하는 추세다. 작년 같은 기간 GDP 대비 경상적자 비율은 2.4%였다.

BNP파리바의 마르셀루 까르발류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적자가 GDP 대비 3.0%일 때 위험 수준이고 4.0%일 때 당국의 조처를 요구하며 5.0%가 되면 국제수지 위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기는 국가가 부채를 갚을 경성 통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통화 가치가 급락하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게 된다.

헤알화 약세는 수출 비용을 높임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 현재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6.5%로 브라질의 목표 물가 범위 상단인 6.5%에 근접했다.

이타우 우니방코은행의 일란 골드판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헤알화가 미 달러화 대비 2.30헤알에 거래되고 있는데 2.50헤알을 넘어가면 올해 인플레이션을 6.5% 밑으로 묶는 것을 단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경상적자는 대체로 무역수지 악화에서 비롯됐다. 지난 1~7월 브라질의 무역수지 적자는 50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99억달러 흑자에서 뒤집혔다.

한 전문가는 "투자 부족으로 제조업 수출업체들이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중공업 원자재 수출이 그나마 버텨줬는데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6일자 보고서에서 수출 둔화, 민간 부문 투자 감소, 그리고 가계 지출 감소 가능성 등으로 브라질의 저성장이 3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헤알화 가치 급락…반등 어려워 = 헤알화는 4년래 최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브라질의 성장 둔화와 경상수지갭을 이유로 헤알화를 매도하고 있어서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헤알화 환율을 떠받치고자 최근 몇 달간 개입했지만 헤알화 환율은 올해 초보다 미 달러화 대비 12%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브라질 경제 전망은 점점 더 어둡기만 하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100명의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바를 보면 브라질 경제는 올해 2.2%, 내년에 2.6%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다른 신흥국보다 훨씬 저조한 수준이다.

중국은 올해 7.0%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상한 인도의 올해성장률 전망치는 5.8%다.

애널리스트들은 헤알화가 한동안 반등하기 어렵다고 본다. 저성장과 경상적자폭 확대, 높은 부채 비율, 그리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은 금리에도 헤알화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크레디트 아그리꼴의 애덤 마이어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남미에만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브라질을 투자 우선순위의 맨 아래쪽에 뒀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브라질 중앙은행이 앞으로 두 차례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Selic)를 100bp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헤알화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데 충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은행의 유나 박 애널리스트는 "헤알화가 고금리에 혜택을 보겠지만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면서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정부 목표치인 4.5%로 낮추지 못하고 성장을 더 지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이미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125bp 인상한 바 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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