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하나은행 외환파생운용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마침 그는 직원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다. 굵은 고수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오세훈 하나은행 외환파생운용부장. 손에는 직원 인적 사항이 적힌 파일이 들려있었다.

"새로 부장으로 왔는데 직원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오 부장은 지난 5년여간 딜러들의 성향과 포지션 등을 쭉 지켜봤다. 지난 2008년부터 외환파생운용부로 오기 직전까지 종합리스크관리부, 미들오피스 팀에서 운용파트 모니터링을 해왔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지는 자와 리스크를 줄이려는 자. 그는 딜링을 하는 프런트데스크와 이를 감독하는 미들오피스의 간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가프런트데스크를 이끌게 되면서 외환딜러들과의 대화와 소통으로첫발을 디딘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銀 출신 첫 외환파생운용부장 = 정통 '하나은행맨'이 딜링룸 헤드로 선임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환파생담당 부서장은 소위 '돈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은행들은 외부에서 전문 딜러를 부서장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은행도 외부 인력을 주로 외환파생운용부장에 임명해왔다. 또 딜링룸 인력을 전원 계약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맨을 외환파생운용부서장으로 앉힌 것은 무리한 리스크에 따른 수익 대신 안정적인 수익에 방점을 둔 조치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국투자금융 시절에 입행해 업종전환 후 23년째 하나은행에 몸담아왔다. 첫직장에서 쭉 근무한 직원으로서 하나은행에 대한 로열티는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리스크에 대해 느끼는 오 부장의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그는 "무리한 리스크로 은행의 자산이나 조직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외환파생운용부의 레퓨테이션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실무 통한 리스크관리 중요성 절감 = 오 부장은 과거 채권 딜러로서 시장이 망가지는 시기와 발전하는 시기를 겪었다. 외환파생운용부장으로 오기 직전에는 종합리스크관리부에서 리스크관리도 담당했다. 그렇기에 과도한 베팅을 지양해야 한다는 그의 원칙은 분명하다.

첫 번째 계기는 처음 딜링룸에 발을 디딘 후 IMF를 겪었을 때다. 리스크가 어느 정도까지 충격적일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한 셈이다.

"극단적인 시장을 겪으면서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어요. 나라도 망하는데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죠"

이후 지점을 거쳐 2001년 딜링룸에 채권 파트로 복귀했을 때 리스크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1990년대 채권시장은 국고채 개념도 없이 양곡증권, 국고관리기금채권(국관채), 외평채 등으로 돼 있었다. 시장 금리보다 정부가 낮게 양곡증권을 발행하면 은행들이 의무적으로 쿼터를 할당해서 사들이는 식이었다. 그러나 2001년도에 채권 딜러로 딜링룸에 복귀했을 때 분위기는 확 달라져 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리스크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채권 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의 트레이딩 수익에 대한 기대도 컸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외환시장에서 20억원 정도를 벌어들였다면, 채권시장에선 200억~500억원 정도를 벌었다.

"은행 자산 부채 비중에서 90%는 대출로 운용하고, 나머지는 트레저리에서 유가증권을 운용하는데 10조원에 달했다"면서 "자금 조절 기능이 크지만 채권 운용하면서 당시 제대로 벌고, 터져보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 "파생은 대고객 물량 헤지 목적 잊지 말아야" = 오 부장은 파생상품의 거래 목적이 고객의 플로우에 대한 안정적인 헤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파생으로 무리한 리스크를 져가며 스펙 거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은행이 돈이 없어서 스펙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나은행은 딜링룸 인력을 전원 성과급제,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는 스펙 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조치는 아니냐고 물었다.

오 부장은 전원 계약직화는 로컬은행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대고객 물량과 스펙 거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객의 물량을 거래하는 것은 포지션을 커버, 헤지하는 것이 주목적이 돼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리스크를 둬서는 안 된다. 순간적 이익이 영속적일 수는 없는 법. 그는 대고객 업무는 정규직원이 하는 편이 책임감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스펙 거래는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자기 퍼포먼스를 내야 하고,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계약직의 확충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가 이처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점도 한 몫했다. 저금리 시대일수록 많이 버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이익을 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전에 1조원 이상 수익이 나는 상태에서 100억원이 깨지는 것은 감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꼬집었다.

오 부장은 "앞으로 트레이딩 방향도 안정을 주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남들보다 이익이 안되더라도 파생상품 조직의 의미를 너무 수익 쪽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과 페널티의 균형 필요" = 그는 무엇이든 무리하면 탈이 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채권딜러로 근무할 때 심근경색이 찾아오면서 건강이 악화됐던 적이 있어서다.

"아팠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더 편했죠. 너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도 스트레스가 아닌가 싶어요. 직장에도, 가정에도 별로 도움이 안되거든요"

그는 딜러들에게도 자신의 전망이나 예측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권한, 한도를 가진 딜러에게 전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거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 편하게 딜할 수 있는 환경과 보상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부서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런 방침은 딜러들에 대한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수익이 많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으며, 이익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정적으로 수익을 낸다면 이는 평가를 해주겠다는 의미다.

오 부장은 "플로우, 한도 등을 감안해 제일 중요한 것은 공정한 평가"라며 "보상과 페널티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조직이 계약직 전환으로 얻고자 하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서는 시장이 이미 한번 요동친 만큼 액션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봤다. 그는 "환율 상승이나 변동성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나 처음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야기가 나왔을 때보다는 덜한 듯하다"면서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나빠진 것은 아니어서 글로벌 달러 강세를 따라가는 정도일 것"이라고 봤다.

오세훈 부장은 지난 1991년 한국투자금융으로 입사해 하나은행 종합기획부, 여의도, 논현동 지점 등을 거쳐 1997년에 자금부에서 채권운용을 맡았다. 이후 지점에서 일하다 2001년에 다시 은행 자금부로 복귀해 채권운용팀장, 자금결제실(백오피스)을 거쳐 2008년부터 종합리스크관리 등 미들오피스 팀장을 역임했다. 이달초 외환파생운용부 부장으로 선임됐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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