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풀무원과 하이마트, 더페이스샵, 오비맥주 등 굵직굵직한 유통 관련 딜에 이름을 올렸던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는 최근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각인됐다.

어피니티는 13일 "로엔도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 음원 유통업체"라며 "어피니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왜 유독 유통업종에 집중할까.

어피니티는 소비재가 다른 업종에 비해 경기의 변화를 잘 타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도 가격 탄력성이 낮은 음원의 소비는 많이 줄어들진 않는다. 1곡당 600원 하는 음원은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기준 로엔의 전체 수익구조에서 89.75%를 차지하고 있는 음원 매출은 지난해 780억원에서 1년 만에 945억원으로 늘어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피니티도 이 점을 고려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긍정적인 전망도 로엔 인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어피니티는 'SK'라는 그룹 안정성도 인수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SK텔레콤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적시한 것이 근거다. 앞으로 두 기업은 보유한 음악 자원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앞으로 로엔에 대한 엑시트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그만큼 유통 기업을 사들이는 어피니티의 눈은 정확했다.

투자원금의 5배를 넘긴 더페이스샵 매각, 7천800억원에 사들어 1조8천500억원에 판 하이마트 매각 등이 대표적이다.

어피니티는 "업황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되는 업종은 구조적 '개선'보다도 외부변수에 따라 흔들린다"면서 "운영 개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어피니티는 유통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 등 주요 유동성투자자(LP)는 전문 운용사(GP)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어피니티의 방향은 옳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슷한 펀드운용 규모를 지닌 MBK파트너스가 KT렌탈과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을 제외하고 내세울 만한 딜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어피니티의 전신은 지난 1997년 세워진 UBS캐피탈이다.

7년 후 유럽의 수익성 문제 영향으로 UBS는 한국에서 PEF사업부를 철수했지만, 구성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어피니티로 독립해 자리를 옮겼다.

현재 어피니티 서울지부 투자인력은 6명이다.

UBS캐피탈 시절 3억달러 규모의 펀드 1호를 만든 어피니티는 현재 35억달러 규모의 4호 펀드를 준비 중이다. 전 세계 연기금을 상대로 자금을 모집한 결과 지금 25억달러까지 채웠다.

어피니티 관계자는 "가장 한국적인 PEF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행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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