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해 10월 말 하이마트를 롯데에 넘긴 유진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실탄의 한계도 있으나 경기 부진에 많은 매물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괜찮은 물건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진그룹의 고민이 국내 인수·합병(M&A)의 현주소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주력인 레미콘 사업 강화와 성장동력 확보라는 '투 트랙' 전략하에 전담부서까지 설치하고 내부 검토는 물론 외부 컨설팅까지 의뢰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인 유진기업은 광양 시멘트공장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고 동양으로부터 춘천 레미콘 공장을 인수하는 사업 조정도 진행했다. 레미콘 사업 강화를 위한 추가 방안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는 아직 성과가 없다.

코웨이가 내놓은 수처리 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발을 뺐다. 해당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해도 추가 인수가 필요해 자금의 한계도 있었으나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유진기업의 자금 여유는 많지 않다.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834억원 정도다. 또, 유진기업은 2010년 말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자회사였던 로젠택배를 미래에셋나이스PEF에 매각하면서 153억원을 투자했고 해당 PEF가 지분 100%를 이달 초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에 팔게 되자 300억원을 회수했다.

이처럼 로젠택배 매각으로 자금을 약간 보탰으나 재무 완충력을 고려하면 쓸 돈은 많지 않은 셈이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판 돈을 재무개선에 상당 부분 사용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267.5%에서 올해 3월 말 116.3%로 떨어뜨렸고 차입금의존도도 55.7%에서 35.5%로 낮췄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이 1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해 현금창출력도 개선 추세고 상대적으로 차입 여력이 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수천억원 이상의 큰 기업을 손대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매물이 없다.

최근 유진기업이 시간 외 대량매매로 유진투자증권 지분 3.6%를 추가 취득하는 등 지분율을 늘려가자 금융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업 강화는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국내 M&A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유진그룹의 성장동력 찾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IB 관계자는 "유진그룹의 고민은 현재 M&A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기업 등 인수자가 절대 부족인 상황이고 매물은 차고 넘친다"며 "그러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업종의 매물이 많아 인수하려고 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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