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5억원 배상이냐 자존심 지키기냐"

한국 철수를 선언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상대로 교보생명이 제기한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전에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인 골드만삭스로서는 손해 배상액이 결코 큰 액수가 아님에도 소송 부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1심 패소 이후 항소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교보생명 모두 국내 대형 로펌을 각각 선정해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2월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상대로 퇴직연금 상품 운용손실과 관련해 4억7천8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교보생명은 골드만삭스가 국내 시장 철수 결정 후 위탁 운용자금 환매를 요청했지만 환매일이 하루 늦어지면서 5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고, 골드만삭스는 곧바로 항소 의지를 밝혔다.

합법적인 절차를 준수했으며 투자를 의뢰한 고객에게 수탁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자신들의 원칙에 따라 투자자와 시장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는 골드만삭스의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이처럼 승소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에 대해 관련 업계는 골드만삭스가 주장하는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로서 원칙이나 배상액 5억원보다 더 지키고 싶은 것은 소송에서 졌을 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자존심 문제라는 것이다.

한 운용사 법무팀 관계자는 "운용업계에서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민감하지만, 특히 외국계는 손배소에 더욱 민감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골드만삭스에 '패소'는 큰 손배소 규모와 상관없이 오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펀드 환매 요청과 관련한 손배소는 판결 내용에 따라 추가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게다가 운용사를 제외하고는 국내 영업을 지속하는 계열사를 고려한다면 골드만삭스로서도 물러날 수 없는 소송"이라고 풀이했다.

소송을 제기한 교보생명이 되찾고 싶은 것 역시 5억원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펀드 운용 손실에 따른 고객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면피용' 소송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사람들의 시각이다.

한 운용사 고위 임원은 "골드만삭스의 철수 결정 이후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 이 한 건에 불과하다는 점만 봐도 이번 소송이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며 "한쪽은 투자자에 대한 '면피'를, 또 한쪽은 글로벌 운용사로서의 '자존심'을 목적으로 한 긴 싸움이 시작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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