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에 번지는 매도세로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다음 피해자가 어느 국가가 될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시장의 매도세가 다른 국가로 퍼지는 도미노효과가 나타날지 우려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리처드 에센가 글로벌 시장 리서치 책임자는 20일 CNBC에 출연해 인도에서 나타난 문제가 현재 신흥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축소판이라고 지적했다.

에센가는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이 인도 국내의 문제에서 촉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도의 사례는 축소판"이라면서 "인도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는 이미 2년 전부터 매우 컸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자금이 끊어지면서부터 통화(루피화)에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에서 나타난 매도세가 다른 신흥국가에서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대외 차입 비중이 큰 국가가 먼저 타격을 입고 나서 대내 차입 비율이 높은 다른 국가로 매도세가 번질 것으로 예상됐다.

에센가는 "자본비용이 상승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아시아 전체가 높아진 자본 비용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몇 년 동안 신용증가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보면 괜찮겠지만, 대내 차입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 싱가포르와 홍콩의 부동산시장이 과대평가된 점 역시 리스크로 제시됐다.

말레이시아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산매입 축소와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에 약 8% 하락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HSBC의 아시아경제 리서치 공동 책임자인 프레데릭 뉴먼은 "말레이시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하게 악화했으며, 경제 효율성도 나빠졌고 정부가 충분한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시아 외의 신흥국가로는 브라질과 터키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먼은 그러나 신흥국 모두가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신흥국 중에서도 회복력을 보일 국가가 일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와 같은 문제가 모든 신흥국에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필리핀의 상황은 훨씬 좋아 보인다. 또 최근 매도세가 일긴 했지만, 태국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도 루피화는 3거래일 연속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자 아시아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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