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신흥국이 금융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국내 금융시장을 엄습하면서 코스피가 요동을 쳤다.

코스피는 20일 전일보다 7.34포인트(0.38%) 내린 1,910.30으로 개장한 뒤 소폭 상승하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인도와 인도네시아 금융위기설 여파로 급락해 결국 전 거래일보다 29.79포인트(1.55%) 하락한 1,887.85로 마쳤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처를 찾던 글로벌 자금은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몰려들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유입된 외국인 주식자금은 각각 704억달러와 760억달러 수준이다.

같은 기간 태국은 476억달러, 말레이시아(2009~2011년)는 389억달러, 필리핀이 163억달러의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입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충격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과 비교한 외국인자금 잔액 증가율도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각각 120%와 37%를 나타냈다.

여타 신흥국들도 2008년에 비해서는 외국인자금 증가율이 증가하긴 했으나,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비해선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은행으로부터 차입금도 신흥국 중 인도가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인도는 해외은행들로부터 1천361억달러를 차입했다.

말레이시아가 650억달러, 인도네시아는 642억달러, 태국이 50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경제와 금융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정책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경상수지와 대외부채 문제에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인도의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크게 둔화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소폭의 흑자를 유지하던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많은 외채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은 데다 총외채 및 단기외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양적완화 시행이 전세계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를 촉진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에 다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자금흐름 및 경제에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충격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금융위기 가능성에 노출되면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어제 코스피의 갑작스러운 급락도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이 기관투자자들의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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