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20일(미국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월가의 A은행 관계자. 그는 만나자마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청년 인턴의 죽음에 대해 물었다.

"한국 금융회사의 인턴은 더 혹사당하는 것 아닌가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 미국 경제방송인 CNBC 등은 이날 독일인 모리츠 에르하르트(21)의 사망 소식을 다뤘다.

미국 미시간대학 교환학생인 그는 BOA 런던지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종료 일주일을 앞둔 지난 15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죽기 직전 3일간 아침 6시까지, 72시간가량을 연속으로 일했다는 주변의 증언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증언이 사실이라면 혹독한 업무가 죽음으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뇌전증(간질)을 앓아왔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A은행 관계자에게 되물었다.

"그러면 월가 인턴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죽도록 일하는 것이에요? 미국 회사는 노동법을 잘 지키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돈'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월가 인턴은 일반 회사 인턴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는다. 자신이 2007년 바클레이즈에서 인턴으로 일할 당시 월 5천300만 달러(약 600만원)를 받았다고 한다.

회사는 더 일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근무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하지만, 그런 돈을 처음 접하게 되면 열심히 일해 살아남아 월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것이다.

월가 은행에 처음 들어가면 애널리스트(Analyst) 직함을 준다. A은행의 경우 3년 이하의 애널리스트 연봉은 기본급 7만달러에 보너스는 별도다.

보너스는 기본급의 70∼80%이기 때문에 입사하면 최소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받는 셈이다. 3년이 지나면 `어소시에이트(Associate)'가 되는 데 13만달러 이상을 기본급으로 받는다고 한다.

`바이스 프레지던트(Vice President)`와 `디렉터(Director)`를 지나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가 되면 100만달러 연봉 시대가 열린다.

또 월가 인턴이 자진해서 밤샘 근무를 하는 것은 실제 배우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턴이라고 해서 잔심부름이나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애널리스트와 똑같은 업무를 부여한다.

과제가 많아 힘들지만, 그만큼 또 얻는 경험과 지식이 커 자진해서 오버타임 근무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있는 대학교나 대학원 출신이 아니고는 인턴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현실 역시 치열한 경쟁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월가의 모든 인턴이 다 죽기 살기로 근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IB) 부서의 인턴이 밤샘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쪽 부서에 배치된 인턴은 사무실에 '슬리핑 백(침낭)'을 가지고 오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후 4시 장 마감 시간이 있는 세일즈와 트레이딩 부문의 인턴은 직원들이 대부분 오후 6시 이전에 퇴근하기 때문에 같이 퇴근한다고 한다.

만남은 인턴 얘기를 하다가 끝났다.

그는 한국 지사에 근무하는 동료에게 들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기자에게 또 물었다.

"한국 투자은행부서(IBD)의 근무 환경은 더 열악하지 않나요?"

"…"

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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