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파이어 타워' 첫 시험대



(뉴욕=연합인포맥스) 이진우 특파원 = '버냉키 버블'이 신흥국 시장에 터지는 것일까.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21일(미국 시간) 터키의 초고층 건물을 예로 들며 신흥국 시장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신문은 결국 신흥국 시장에서 횡횡한 `달러 캐리 트레이딩'이 문제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달러 캐리 트레이딩'이란 이자가 싼 달러화를 빌려 현지 자산에 투자하는 패턴을 말한다.

이는 달러화를 시장에 푸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근거한다.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초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넘치게 된 달러화가 이머징 국가로 흘러간 결과다.

달러화 부채로 신흥국은 초고층 건물을 신축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인 터키 이스탄불의 '사파이어 타워'도 달러화 부채로 지어졌다.

이런 현상은 브라질, 인도, 한국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하지만, 현지 통화가 곤두박질 치면 달러 빚을 갚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건물 수입은 현지 통화로 받는다.

따라서 지역 통화의 가치가 낮아지면 수입이 적어져 달러화 부채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여기에다 현지 경제마저 침체되면 부채를 갚는데 '이중고'를 겪게 된다.

반면 은행 등의 대출 기관은 가치가 떨어지는 현지 통화에 대한 대출과 신용 라인을 줄이게 된다. 이른바 `통화 위기'가 발생하는 대표적 경로다.

신문은 이스탄불의 '사파이어 타워'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머징 국가에서 달러 빚을 갚지 못하고, 통화는 곤두박질 치고, 결국 개발자와 은행이 부도를 맞이하는 위기가 터지는지 안 터지는지는 '사파이어 타워'의 운명을 보면 알게 될 것이란 얘기다.

터키의 달러 부채는 1천720억달러로, 전체 경제의 22%에 달한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다가오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긴축 정책을 시행하면 해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버냉키 붐(Bernanke boom)'이 끝난 데 따른 반응이라고 경고한다.

낙관주의자들도 이제 터키뿐 아니라 브라질, 인도, 한국 등에서 달러 부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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