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설이 국내금융시장에 무차별적으로 확산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국내외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가 뒷받침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물이안전자산인지에 대한 탐색도 이어지고 있기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아시아 위기국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근거로 경상수지 흑자 기조와 안정적인 재정수지, 세계 7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등을 꼽았다.

▲韓, 경상수지 연속 흑자로 큰 짐 덜었다 = 22일 경제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이 직면한 금융위기가 한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들 위기 후보국과 한국과의 가장 차별화된 포인트는 경상수지로 볼 수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은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왔다는 점에서 외자 이탈에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7개월 연속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적자 비율은 각각 3.6%와 2.4%다. 이 비율이 3%를 넘어서면 장기적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위기 후보국으로 꾸준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이들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는 곧바로 재정수지 적자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1분기말 현재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각각 5.2%,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사정은 이들과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7개월째 흑자를 지속했다. 상반기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97억7천만달러로 역대 최대다. 환율 효과 등 교역조건 개선으로 상품무역수지의 흑자폭이 확대됐고,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이 축소된 결과다.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역시 플러스 상태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감소하고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재정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그 이후로는 재정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됐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가 나타난 가운데 경상수지가 꾸준히 증가한 덕분이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7월 외환보유액은 3천297억1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스위스, 대만, 브라질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강현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신흥국 중에서도 물가와 대외수지 등 안정성 면에서 가장 뛰어난 편에 속한다"며 "이러한 점이 (신흥국 위기설에도) 오히려 한국경제에 대한 차별화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경제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재정수지 역시 GDP 대비 2% 내외로 안정적이다"며 "대외채무 부문도 최근 몇년간 외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신흥국 중에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亞 신흥국 위기, 韓 수출 타격 가능성 = 전문가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위기 상황이 한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지만, 하반기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 둔화가 가장 큰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대 아세안 수출은 전체 수출의 14% 이상으로, 유럽이나 북미로의 수출 비중보다 크다.

위기 후보국인 인도와 인도네시아로의 수출 비중은 각각 2.1%, 2.2% 수준이다. 국가별 순위로는 각각 8위와 9위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한국에는 시차를 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실제로 올해 한국의 인도네시아와 인도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각각 -16%, -6%로 부진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일부 국가의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한국 수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를 웃돌고 있다.

허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가 개선된다고 해도 이들이 수출 위주의 정책을 쓰면서 과거보다 수입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남아 위기 우려는 하반기 수출 회복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다"고 평가했다.

강현구 연구원도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기침체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동반 침체를 불러온다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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