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이호 기자 = 미국의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경상수지 적자와 환율 불안 등으로 위기설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지 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국내 기업에도 일정한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국내 업체에 떠오르는 시장 '인도·인니' = 23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올 초 기준으로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총 271개로 이 중 대기업 계열사는 59곳이다. 국내 업체들은 작년에만 2조1천222억5천달러(132건)를 비롯해 지난 30년 동안 총 25조9천868억1천달러(1천555건)를 투자했다.

인니의 경우에도 현지 진출 기업이 720개고 이중 대기업 계열사도 45곳이다. 작년 투자액은 7조6천664억7천달러(314건)로 1980년 이후 누적 투자액은 64조5천840억1천달러(4천253건)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인도에 1천억원 가량을 투자해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갤럭시S4 등 휴대전화 12종을 생산 중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인도공장에 신차 생산과 공장 신증설, 보완투자 등을 위해 1천735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인도 동북부 오리사주에도 총 120억달러(약 13조4천300억원)를 투입해 연간 1천2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니의 경우에는 국내 유통업체의 진출도 활발하다.

롯데쇼핑은 인도네시아에 32개에 달하는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6월에는 자카르타에 백화점도 오픈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0년 해외사료법인을 인수한 것으로 계기로 현지에서 양돈과 양계, 양어사료 외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현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수주도 활발하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인도와 인니에서 수행 중인 공사 규모는 137건, 131억2천만달러다. 이중 1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공사를 진행 중인 업체도 12곳으로 수주규모는 94억7천800만달러에 이른다.

가장 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곳은 두산중공업(18억4천만달러)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지 에너지기업인 GMR그룹이 발주한 '라이푸르 차티스가르 석탄화력발전소(10억8천만달러)'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 내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도(16억4천만달러) 인도의 '듀얼피드 에틸렌 프로젝트(9억3천만달러)' 등이 마무리 단계이며, 인니의 '반유 프로젝트(3억5천만달러)'도 엑손모빌과 공동투자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 '환율 급등·구매력 감소' 걱정…피해규모가 크진 않을 듯 = 현지에서 사업하는 국내 업체로서 최근 증폭되는 경제위기설 때문에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환율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화 대비 7.0~7.5%가량 폭락했다. 경제 위기감이 커지면서 현지에 투자했던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통상 현지 매출은 주로 현지통화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런 급격한 환율 변화는 현지 진출 기업들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현지 구매력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현지 진출 업체뿐 아니라 국내에서 해당 지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국내 수출 중에서 인도와 인니로의 수출 비중은 각각 2.1%, 2.2% 수준으로 국가별 순위가 각각 8위와 9위에 해당될 만큼 절대 작지 않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인니가 동남아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국내에도 시차를 두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실제로 올해 들어 인니와 인도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각각 -16%, -6%로 부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니와 인도의 경제 위기는 단기적인 역내 수요에는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내 각 업체가 입을 피해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로의 수출 중 상당수는 중간재 성격이기 때문에 경제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물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설업 역시 전체 해외수주에서 인도와 인니 관련 수주의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손실액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건설업체는 인도·인니 지역에서 지난 2008년 이후 매년 총 수주 금액의 5% 내외를 수주하고 있다"며 "전체 물량에 대비해서는 미비한 수치이기 때문에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도 "공사대금은 대부분은 달러로 거래되고 발주국 정부 보증이나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 무역보험공사(K-Sure)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내 건설사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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