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위원회 간부들의 위기 대응 능력은 90점 이상 주기 어려울 거 같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위 간부들이 위기 대응 능력은 있을지 몰라도 위기가 찾아오기 전 이를 사전 관리하는 능력은 다소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 이슈와 맞물려 인도와 인도네시아 금융위기설이 제기되고,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격 변수들이 장중 변동성을 확대하며 며칠 간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주무 부처격인 금융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위원장은 직접 나섰다. 신 위원장은 지난 21일 간부 지시사항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은 굳건해서 대외 악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원장은 이어 "금융위기가 퍼지고 있는 신흥국들은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동시에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견고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여타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같았으면 이러한 정도의 시장 안정 발언은 과장이나 국장 등 실무선에서 나올법한 데 금융위에선 위원장이 직접 챙긴 꼴이 됐다.

이러한 위원장의 시장 안정 발언도 실무선에서 신흥국 금융위기설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뒤늦게 보고 하는 바람에 금융시장 마감이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나 나왔다.

당국자의 시장안정 발언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데 이를 놓친 셈이다.

기재부는 금융시장이 수급이 아닌 대외 문제, 악성 루머 등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 주무과장이나 국장이 시장 전문 매체를 통해 구두 개입성 발언을 내놓는 게 훈련돼 있다. 금융시장도 이러한 당국의 시장안정 조치에 익숙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기다리기까지 한다.

또 기재부는 시장 상황이 급박한 점을 고려해 관련 과장과 국장들이 시장 안정 발언을 선조치하고 나서 장·차관에게 후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위기 대응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위원장으로서는 최근 신흥국발 금융위기설에 대한 금융위 간부들의 대응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얼마전 금융위를 떠난 한 퇴직 관료는 "금융위 관료들은 금융시장 상황이 불안해 지면 업무 우선순위가 시장안정 조치가 아닌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에게 시장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문서 작업에 두는 경향이 있다"며 "위원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금융위 관료들의 위기 대응 능력이 이해가 안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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