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주말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 홀 회의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장(場)이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QE) 효과를 의문시하는 비판이 있었고, 연준이 QE 축소를 서둘러선 안 된다는 권고도 있었다. 회의장 주변의 연준 당국자들은 QE 축소에 대해 일관성없는 말을 쏟아냈다.

버냉키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의 밑그림을 발표한 작년 잭슨홀 회의와 비교하면 이번 회의는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회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통화정책을 이끄는 버냉키 연준 의장과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거물급 인사들의 불참이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버냉키를 대신해 참석한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은 침묵모드였고 연준 후임 의장으로 거론되는 로런스 서머스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연준의 QE 정책은 전문가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대신해 첫 번째 연설을 맡은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작심한 듯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연준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미리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도 약발 없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QE 정책을 단행했음에도 미국 경제가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스웨스턴대학의 아빈드 크리시내머시 금융학 교수는 채권매입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발표에서 "채권매입의 효과는 중앙은행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작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연준의 채권 매입은 (연준이)애초 목표로 삼은 금융시장에만 효과가 있었을 뿐 장기금리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당사자인 버냉키 의장이 참석하지 않아 의미가 퇴색됐다. 버냉키 의장이 참석해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준의 양적완화가 효과없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섣부른 출구전략은 자제해달라는 권고도 많았다.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3%에 육박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인도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이 연준의 출구전략 후폭풍을 맞고 휘청일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틴 라가르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출구로 내달리지 않는 것을 권한다"며 연준에 속도조절을 주문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정책변화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스필오버(spillover)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앙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노력을 거둬들일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전략을 짜야 한다. 또 정책 변경이 가져올 스필오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을 비판한 스탠퍼드의 홀 교수도 "앞으로 2년간 연준이 맞이할 가장 큰 위험은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지 않았음에도 자산매입 포트폴리오를 줄이거나 금리인상 압력에 굴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잭슨 홀 회의는 다음 달 선임될 차기 연준 의장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그 메시지는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은 효과 없었던 게 맞다. 그렇다고 해서 서둘러 이 정책을 회수해서는 곤란하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한 속도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서머스가 됐든, 옐런이 됐든 잭슨홀 회의에서 던진 메시지를 머릿속에 담아둬야 할 것 같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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