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주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 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불참하는 바람에 '앙꼬 빠진 찐빵' 행사가 돼버렸다.

대체로 유럽과 아시아 중앙은행 총재들은 성급한 양적완화의 축소(Tapering)에 우려를 나타내는 발언을 했지만, 미국 측 참가 인사는 이에 냉랭한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미 연준이 구체적인 시점과 규모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지만, 월 850억달러인 채권 매입 규모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축소하기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출구전략 시간표를 예고한 상태다.

문제는 미국이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는' 동안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 통화가치 및 주가의 하락 등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속적으로 겪게 되리라는 점이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신흥국가들이 금융위기에 직면하는 등 글로벌 시장이 또다시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은 한국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환율,금리,주가에 미칠 외국인 포트폴리오의 변동에 계속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을 두고 국내에 이 문제가 어떤 영향을 줄지, 특히 9월 위기설에 정부와 금융기관, 기업이 긴장하는 눈치다.

외국인들의 원화채 투자 동향이 큰 변화가 없고, 심지어 이스라엘 중앙은행 등이 순매수를 지속하는 등 한국이 오히려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신흥국 위기가 고조되고 한국에 취약한 틈이 생기면 투기자금의 주도하에 위기가 언제 어떻게 촉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신용평가사 등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복지발(發) 재정에 대한 우려는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현재 정부부채는 470조원, 공기업부채 582조원으로 이 둘을 합치면 GDP대비 83%에 이른다. 공기업부채는 MB 정부 때 무려 243조원이 폭증했다.

투기자본이 이런 취약점 등을 빌미로 흔들면 외화보유액이 3천3백억달러로 이론적으로 7개월은 버틴다고 하지만 '스몰 오픈' 경제의 대외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만약 신흥국 위기가 극도로 고조되고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지면, 우선적인 대응법으로 선제적 금리 인상 카드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투자 외국인들을 유인하고, 추후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금리를 내리고 경기부양을 해야 할 판에, 오히려 금리 인상을 결정하려면 정치적으로도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을 택할 것인가, 또는 당장 금융위기를 맞을 것인가라는 극단적 선택이 강요되는 시간이 온다면, 금통위도 '금리의 벽'을 높이 쌓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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