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용 면접장에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월급 수준 신경 안 쓴다. 성취감이 중요하다."

남녀 소개팅에서 직접 물어보지는 못하지만, 서로가 가장 궁금해하는 이슈는? "봉급이 얼마예요"

'까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개인의 월급이 '핫'한 주제인 것은 자본주의에서 샐러리(Salary) 수준은 한 사람의 사회적 계급이고, 총체적 인격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시 정보 등을 통해 살펴본 은행 정규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 관련 노조단체 측에서는 잘못된 수치라고 항변하지만, 은행 경영진의 얘기 등을 종합해보면 큰 범주에서 오차가 없어 보인다.

이 연봉 수준은 고도의 훈련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예컨대 서울대 병원의 25년차 과장급 의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은행원들이 과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부가가치 창출 면에서 이런 높은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자못 궁금하다.

임금 수준과 체계가 중요한 것은 직업별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면서 사회 전체의 자원 배분에 균형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곡되면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가치 체계는 혼란에 빠진다.

한국보다 GDP가 두 배인 싱가포르의 은행원 연봉은 한국의 80% 수준, 한국보다 GDP가 약간 낮은 대만의 은행원은 한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외국계인 SC나 HSBC가 한국을 탈출하려는 이유는 비전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로벌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8%~10%대인데, 한국에서는 유독 2%~3% 수준이라, 한국에서 은행 영업을 접고 차라리 국고채를 사놓는 게 훨씬 짭짤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은행업에 상업적 마인드가 무너진 이유는 인사 문제에서 출발한다. 특히 MB 정부 시절, 최측근들을 은행 지주회사 회장에 앉히고서부터다. 회장과 행장은 정권과 정부 눈치를 보는 일에 핵심 역량을 투입하고, 영업과 수익 개선은 2순위 과제로 미뤘다. 노조와의 관계에서 잡음을 피하려고 은행 수익성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년에 걸쳐 월급을 야금야금 올려줬다.

간판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 노조의 처우개선안에 대해 여론이 들끓는 것은 다른 직종과 상대적 비교에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 더군다나 정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비즈니스를 하는 은행의 직원 연봉이 제조업체나 전문직종 보다 더 터무니없이 높다는 사실은 금융당국자의 책임도 큰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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