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번주 글로벌 채권시장은 안도랠리를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리 상승의 '트리거'로 봤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 선임이 사실상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비둘기파로 분류된 재닛 옐런 Fed 부의장에 비해 양적완화 축소에 더 단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리 비우호적인 인물로 분류됐다. 지난주말 서머스가 유력하다는 외신보도 만으로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반짝 상승하는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자진 사퇴에 오바마도 못이기는 척 수용= 서머스의 사퇴로 서울채권시장이 부담해야 했던 푸석연휴기간 동안의 오버나잇리스크도 완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Fed와 행정부, 궁극적으로 미국의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성명서를 통해 서머스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즉각 밝혔다. 오바마가 주말임에도즉각적으로 이를 수용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G20 정상회담 등에서 주요국 지도자들까지 나서 양적완화의 축소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데 화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양적완화 자체보다 서머스가 연준 의장으로 선임될 경우를 더 우려하고 있었다. 서머스는 옐런 부의장에 비해 매파적인 인물로 분류되며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것으로 점쳐졌다.

▲ 그래도 유동성은 줄고 채권은 너무 많다= 서머스가 사퇴하면서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차기 의장으로 유력해졌다.글로벌 채권시장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나서며 서머스 사퇴 정국을 즐길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서머스 사퇴에도 Fed는 17~18일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일 것으로 확실시 된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면 글로벌 채권시장은 다시 수급상황을주목할 것으로 점쳐진다. 양적완화의 축소 규모가 얼마가 될지 불투명하지만 채권을 살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인도,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까지 달러화 표시 채권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흥국들은 부족한 외환보유고를 보충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달러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다 최근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이 5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미국채 시장을 압박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수급 상황은 금리 비우호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마켓 메이커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하는 딜러, 즉 마켓메이커(market maker)들이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도 잠재된 악재다.









국내 채권시장은 브로커 중심으로 호가가 만들어지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은 마켓메이커가 사자 팔자를 양쪽에 대면서 가격을 조성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주된 마켓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들은 미국 당국이 도드프랑크법 강화 등을 바탕으로 자본확충을 요구하면서 채권 잔고를 대폭 줄여나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마켓메이커들의 잔고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표)

서울 채권시장도 글로벌 채권시장의 수급 동향과 함께 정부가 내년에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소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채권 공급이 늘어나는 데 이어 적자 국채까지 늘어나면 금리 비우호적일 수 있다. 채권 수요보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리기 마련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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