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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 신문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을 길거리의 악사로 변장시켰던 것. 그는 아침 출근길에 허름한 옷을 입고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오가는 행인들 앞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였다.

거장이 자신의 빼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45분 동안 그 앞으로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많은 인파 중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행색만으로는 영락없이 동전 몇 닢을 구걸하는 거리의 악사로 보였기 때문일까? 조슈아 벨 앞에 놓인 바구니에는 달랑 3달러와 몇 개의 동전이 들어있었다. 그게 ‘하루 일당’, 연주 대가였던 셈.

실험이 있기 불과 사흘 전, 그의 보스턴 심포니 홀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였다고 하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험을 주도하였던 워싱턴 포스트는 이 사실을 전하면서 “돼지에 진주 목걸이”라는 표현을 썼다. 뛰어난 연주였을지라도 출근길의 평범한 시민의 귀에는 가난한 거리악사의 구걸 연주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거장의 연주를 구분할 귀를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잘 모르면서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혹은 평론가가 “뛰어난 연주”라고 하니까 그래서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조슈아 벨의 명연주를 알아채지 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 리 없지 않은가!

비슷한 사례를 주식시장에서 접한다. 한국거래소는 우선주들에 대한 투자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는데도 우선주들이 연일 급등세이다. 올해 7월부터는 우선주 퇴출제도가 시행되어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하는 우선주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혹은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주에서 상한가가 속출하고 있으니…. 조슈아 벨의 명연주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 과연 사람들이 주식의 가치를 알고 투자하는지 참으로 의문스럽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솔직히 ‘주간전망’이라고 말하기 낯 간지럽다. 이번 주라고 해보아야 추석연휴 덕분에 달랑 이틀뿐. 더구나 우리가 추석으로 쉬는 동안 앞으로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미국의 FOMC 회의가 예정됐다. 결국, 중요한 ‘이벤트’를 앞둔 오늘과 내일, 단 이틀 동안의 주식시장은 관망하는 상태로 접어들 공산이 높다.

주가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추세가 상승세인 것은 분명하였으니 주가가 오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목균형표 혹은 보조 기술적 지표 등을 다 둘러보아도 주가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할 이유가 더 많았던 터. 하지만, 끝없이 오르는 주식은 없다. 상승세의 도중에 잠시 쉬는 것이 일반적이며, 내리 치솟을지라도 중간에 하다못해 '조정하는 척'이나마 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하였던 이유(그동안의 급등세, 추석연휴 직전, FOMC)로도 오늘, 내일은 시장이 잠시 주춤거릴 전망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차트는 보아야 하는데... 몇몇 기술적 지표들은 고점 언저리에서 다소간 고개를 숙이는 양상. 예컨대 RSI는 지난주 목요일(9월12일) 이후 하락하고 있다. 이것은 강력한 매도신호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현 시점에서 적극매수는 일단 피하라는 신호인 것은 틀림없다. 차이킨 오실레이터 역시 뒤로 물러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매도’ 신호를 나타내는 것은 없다. TRIX, MACD 등은 여전히 매수신호를 유지 중이다.

이번 주의 코스피지수는 소폭 하락하기는 하겠으나 조정폭은 크지 않고, 사건 없이 완만한 수준의 조정, 혹은 되돌림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적으로 보아 1,960 정도가 최대한이 아닐까?

(달러-원 주간전망)

우리나라의 원화는 ‘한국은 다르다’라는 인식 때문인지 다른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중요한 지지선으로 간주되던 1,100원이 무너지더니, 1,090원마저 쉽사리 돌파되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차트로는 어차피 하락추세인 것이 분명하였으니 환율이 하락한 것은 당연지사. 다만, 코스피지수의 경우와 같이 그동안 ‘너무 많이’ 밀린지라 이제는 반등하는 시늉이라도 할 참이다. 그렇다고 추세가 바뀌는 것도 아닌 터. 이 자리에서 내내 주장하였듯 조정 혹은 반등을 기대하고 추세를 거슬러 ‘롱’으로 붙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무릇 추세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법. 지금은 누가 뭐래도 큰 흐름이야 의당 하락세이다.

기술적지표들을 들먹여보자. 이들이야 그동안의 하락세가 가팔랐으니 대부분 바닥권에 바짝 엎드려 있다. 따라서 오늘이건 내일이건 달러-원 환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이들은 바닥에서 기지개를 켤 태세다. 그렇다고 아직 강력한 매수신호를 나타내는 지표는 없으니, 설령 환율이 반등할지라도 그 폭은 역시 미미할 전망.

일목균형표를 보면 구름이 그야말로 시커멓게 내리누르고 있는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은 기 펴고 반등하기 어렵다. 어차피 추석을 앞두고 있는데다, 연휴 이후의 장세가 FOMC 결과에 따라 급변할 수 있으니 시장이 큰 폭으로 움직일 확률은 희박하다. 그거야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차트에서도 바닥에서의 반등 이외에는 다른 신호를 발견하기 어렵다. 재미없는 이틀이 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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