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의도 금융기관의 한해 장사에 가장 결정적인 사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평가에서 S등급을 받는 일이다. 국내 인사 중에서 해외 IB 회장들에게 '슈퍼 갑' 노릇을 할 수 있는 인물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다.

최근 이처럼 중요한 기관에 핵심 직책을 수행할 인물을 선발하는 일에 온 금융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본부내 200명의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지휘해 400조 원의 돈을 운영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또 운영주체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국회, 언론, 국내 모든 상장기업과 금융기관, 해외 투자기관을 상대해야 한다. 인력 및 조직관리 능력과 자금 운용 능력, 외부 기관을 상대할 섭외력과 조정력, 균형감각, 글로벌 마인드, 배짱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6월 말 현재 국민연금은 403조 원의 기금을 채권에 64%(257조 원), 주식에 27%(108조 원)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 국내주식에는 71조를 투자해 삼성전자 지분 7.2%, 현대차 6.8%, 포스코 6.0%, SK하이닉스 9.7%, 엘지화학 7.3%, 신한금융지주 7.3%, KB금융 8.6%를 보유 중이다.

해외 주식 비중도 빠르게 늘려 애플, TSMC, 오라클, 제약사 파이자, 구글, 네슬레, 엑손모빌, 시스코시스템즈, 존슨앤드존슨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에 회사당 0.1~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어느새 국민연금은 명실상부하게 세계 4대 연금으로 우뚝 선 어마어마한 '큰 손'이 됐다.

새로 선임될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런 현 상황을 기반으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지는 향후 국내외 금융 환경에 최적의 투자 전략을 구사해 나가야 한다.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다른 국가의 연기금 연평균 수익률이 6.0%에도 못 미치고 일본 연금이 1.0%에서 죽을 쑬 때, 국민연금은 연평균 6.6%의 높은 수익률 성과를 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채권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변동성이 큰 주식에 대한 비중이 27%로 늘어나고, 향후 해외 투자도 커지는 시점에서 과거의 수익률 성과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적립기금이 올 연말 417조, 2043년에 2,561조 원으로 정점을 치고, 그 이후 2044년부터는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는 게 많아서 2060년에 고갈된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

연금의 목표 수익률은 실질 경제성장률(GDP) 플러스 소비자물가, 플러스 알파인데, 성장 잠재력이 점점 추락할 것으로 보여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과거 운용 수익률 평균은 회사채수익률보다 1.1%P 더 냈지만, 향후 회사채 수익률은 잘해야 4%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여 연금 고갈 가능 시점이 더 당겨질 공산이 높아졌다.

앞으로 100년간 국민이 안정적 연금지급을 고민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장래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핵심 직책에 함량 미달 인사가 선임된다면 국민에게 불행해 질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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