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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환공이 책을 읽고 있었다. 윤편(輪扁 : 수레바퀴 제작 전문가이다)이 여쭈었다.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제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책이니라.” 윤편이 다시 여쭈었다. “그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제환공이 대답했다. “이미 죽었다.” 그러자 윤편이 말하기를 “그럼, 임금이 읽고 계신 것은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임금이 성인의 책을 읽고 있는데, 미천한 것이 허튼소리를 하다니!”라고 제환공이 화를 내자 윤편이 아뢰었다. “제가 하는 일을 가지고 비유하겠습니다. 나무를 깎아 수레바퀴 축을 맞출 때 너무 수월하게 들어가면 헐거워 덜거덕거리고 너무 꼭 끼게 만들면 뻑뻑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너무 헐겁지도 않고 너무 끼지도 않게 만들려면 마음속의 의도가 미묘한 손끝의 감각에 잘 전달되어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이건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자식에게도 가르칠 수 없었고, 자식도 저에게서 배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나이 일흔이 되도록 아직 이렇게 않아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지요.”

“옛 성인이 전하려는 그 섬세하고 미묘한 생각은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성인이 죽으면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성인이 남긴 쓰레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옛날 사람들의 선문선답, 혹은 풍류가 눈에 선하다. 비록 수레바퀴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임금 앞에서 자신의 소견을 똑 부러지게 아뢰는 모습이 경탄스럽다. 그리고 윤편의 말이 참으로 일리가 있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미묘한 생각을 전하기가 매우 어렵지 않은가!

나 역시 매주 이 글을 쓰면서 말과 글로 미묘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러기에 장자를 읽으면서 윤편의 말에 100퍼센트 공감하였던 게다. - 아! 물론 솔직히 말한다면.... ‘표현’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을 정확히 읽는 일’일 터. 그게 잘 된다면 표현이 좀 엉성하더라도 대수인가. 그게 안 되니 괜히 표현을 핑계삼는 것이라.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처음 가 본 곳에서 길을 잃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워하면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앞으로 더 나가보는데, 모르는 길로 더 가면 갈수록 불안감만 더 커진다. 지금이라도 돌아서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계속 이 길로 가는 것이 옳은지 확신은 들지 않고, 마음속에는 걱정과 회의만이 가득하다. 그러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눈앞에 이정표가 나타난다. 항상 그렇다.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불안감을 더 견디지 못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순간 이정표가 나타나는 것처럼, “이 길이 맞나? 이 길이 아닌데...”라고 불안에 가득할 때에는 방향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쯤에는 조정이 나타나는 것이 정상인 것 같은데, 아랑곳하지 않고 코스피지수가 내내 오름세를 보여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이다. 원래 그렇다. 시장에서 ‘조정’을 주장하는 의견이 많아질수록 되레 주가는 오름세를이어가는 법. 그러다 조정을 말했던 사람들마저 ‘상승’으로 의견을 바꾸면, 그때서야 비로소 주가는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돌입한다.

기술적지표로 본다면 코스피지수는 이미 조정양상에 접어들었다. RSI는 70선 아래로 내려섰고, 스토캐스틱 역시 80선을 하회한지 오래이다. MACD며 CCI 역시 고점에서 고개를 숙였으니 이것만으로는 분명 주가가 한참이나 밀려야 정상. 그러나 지수는 꿋꿋하게 2,000선 위를 유지하고 있다.

추세가 진행되는 한, 관성의 법칙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이 기존의 방향으로 유지될 확률은 높다. 추세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추세는 종종 연장되지만, 결국 끝없이 이어지는 추세는 없다. 섣불리 고점을 예단하고 추세를 거슬러 거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나, 현 시점에서 무한정 주가가 상승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판단된다. 기존의 포지션은 계속 유지할 것이로되 신규로 공격적인 매수는 위험하겠다. 언제라도 발을 뺄 태세로 몸집을 가볍게 하는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줄 ‘이정표’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에도 달러-원은 또 하락하였다. 1,100원이라는 강력해보이던 지지선이 무너진 이후에는 그 아래의 매끈한 숫자 지지선은 별 힘을 쓰지 못한다. 1,090원이 깨졌으며 1,080원도 맥을 추지 못하였다. 이러다가는 자칫 1,070원, 1,060원, 심지어 1,050원 등등의 지지선도 차례차례 나가떨어질 판국이다.

기술적분석에서 보조지표들은 문자 그대로 투자자들이 시장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시장이 아래, 위로 매일같이 움직이고 종종 급변하는 상황에서 시장가격에만 집중해서는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조지표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어차피 보조지표인지라 시장을 선도할 수는 없다.

현재의 시장은 보조지표로 판단할 때 분명히 과매도(oversold) 상황이다. 단기지표인 스토캐스틱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중, 장기 지표들도 대부분 기준선을 하회하여 ‘바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환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은 결국 추세 때문. 기존의 추세가 워낙 강력한지라 좀처럼 돌아설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시간이 약’이다. 아무리 강력한 추세일지라도 시간의 경과를 견디지는 못한다. 추세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는 노릇. 결국은 멈춘다. 물론 추세는 종종 연장될 수 있는지라 이번 주라고 하여 달러-원이 더 하락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다만 지금은 여러 보조지표로 미루어 ‘그 때’가 임박하였음을 느낄 따름이다.

나라면 현 수준에서 더 이상 ‘숏’은 택하고 싶지 않다. 여기서 더 밀릴지라도, 설령 1,070원마저 무너질지라도, ‘롱’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느낀다. 글쎄... 너무 성급한가? 그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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