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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에서 있었던 일. 1루에 진출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라미레스가 기회를 보아 2루로 냅다 도루하였다. 타이밍을 놓친 포수는 아예 2루에 볼을 던지지도 못하였다. 그런데 헐레벌떡 2루에 슬라이딩으로 도착한 주자에게 2루수가 말했다. “안 됐네. 파울이야.” 파울이라니 다시 1루로 돌아갈 수밖에. 터덜터덜 1루로 걸어가던 주자를 향해 포수가 볼을 발사했고, 그는 허무하게 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2루수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도 속임수 플레이는 종종 벌어진다. ‘너구리’라는 별명을 가졌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장명부 투수. 그가 1루에 견제구를 던지고, 다시 볼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1루수는 볼을 던지는 시늉만 했을 뿐 글러브에 볼을 숨기고 있었다. 투수는 투수판 근처에서 타자에게 볼을 던지려는 동작을 취했고, 1루수는 슬금슬금 2루를 향해 리드 폭을 늘렸다. 순간, 1루수가 주자를 터치했고 그는 맥없이 아웃될 수밖에.

초, 중등학교 수준의 야구라면 써먹을 만한 속임수 전술도 있다. 투수가 1루에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을 한다. 이때 1루수는 견제구가 너무 높다는 듯 훌쩍 점프를 한 연후에, 1루수와 2루수가 함께 뒤로 날아가 버린 공을 주우러 펜스 쪽으로 맹렬하게 달린다. 견제구가 빠졌다고 판단한 주자는 2루로 달리는데, 투수가 감추었던 볼을 내야수에게 건네면 그는 여지없이 ‘객사’하고 만다.

미국 대학야구에서 나온 이런 절묘한 속임수 플레이도 있다. 1아웃에 주자는 3루에 있다. 타자가 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하면 포수는 볼을 투수 쪽으로 굴려버리고는 마치 3아웃으로 착각한 듯 재빨리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버린다. 투수와 내야수 역시 우르르 더그아웃 쪽으로 달려간다. 어리둥절한 3루 주자가 3루와 홈 베이스 사이에 어정쩡하게 서있는 찰나,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1루수가 볼을 잽싸게 주워 3루를 향해 던지면 주자는 멍청하게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정말로 ‘스리아웃’을 만들어주게 된다.

야구는 참 재미있다. 특히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룰이 복잡한 것 같지만 그래서 더 흥미 있다. 속임수 플레이가 나오는 것도 교묘하게 룰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속임수를 써서 성공하면 얼마나 통쾌할까! 하지만, 반대로 속임수에 당한 상대방은 아마도 창피스러워 ‘죽고 싶을’ 정도일 게다.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알고 보면 재미있다. 돈을 벌면 더 재미있다. 하지만 시장의 속임수에 당한다면 얼마나 씁쓸할꼬.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이번 주 화요일(10월15일), 미 프로야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선발 등판한다. 그리고 당장 오늘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단판 승부를 겨룬다. 가을, 바야흐로 야구의 계절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시장’보다는 오히려 ‘야구’에 눈이 더 간다. 야구하고 시장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다만, 시장에서 얻는 긴장 혹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좋은 피난처라는... 글쎄, 약간의 변명이라도 되려나?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진정한 ‘차티스트’는 시장의 외생변수를 무시한다. 추세가 상승세라면 시장에는 호재가 나타나게 되어 있고, 추세가 하락세라면 시장에는 악재가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호재나 악재에 의하여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차트에 의하여 추세는 정해진 것인데, 그것을 확인하는 의미로 호재나 악재가 발생한다고 기술적 분석가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그대로 따르려니 요즘 시장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미국의 국가부채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싼 협상이 국가 디폴트 우려로 번지고 있고, 그런데다 미국 행정부는 예산문제로 ‘완전 정지’된 상태인지라 이런 정치상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행여나 미국이 기술적이건 뭐건 디폴트라도 난다면 주가는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고, 극적으로 벼랑 끝 협상이 타결된다면 시장은 아연 환호작약할공산이 높다.

순수하게 차트로만 본다면 추세는 다시 양호해졌다. 거의 3주일 이상 지루하게 횡보하면서 2,020선을 도무지 뚫지 못하던 주가가 마침내 그 벽을 허물었기 때문. 특히 상승갭마저 만들어졌으니 일단 아래쪽 지지력은 튼튼해졌다. 기술적 지표들도 재차 ‘낙관론’을 쏟아낸다. 스토캐스틱은(비록 이것이 단기지표라는 한계는 있지만) 지난주 중반 이후 바닥에서 매수신호를 내었고 RSI도 70선 아래로 내려섰다가 또 그 위로 올라갔다. 당분간은 상승세가 더 이어질 참이다.

상승갭이 발생했는데, 이론적으로 말할 때 ‘갭은 채워지는 경향’이 높다. 갭을 채우려면 주가는 약간 뒷걸음질쳐야 한다. 그러나 상승갭은 지지선인즉 주가가 그 아래로 내려가면 안 된다. 일목균형표야 말할 것 없이 내내 상승세였고, 흔들리던 MACD 혹은 TRIX 등도 오늘이건 내일이라도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금세 ‘매수’ 신호로 전환될 것이다. 차트는 좋다. 상승세다.

다만 단기적으로 시장은 정치적 이슈에 취약할 터. 높으신 의원 나리들 눈치를 보아야 할 판국이니 차트 분석이 어려워졌다. 야구나 보면서 미국 정치판의 결정을 기다릴까? 설마!

(달러-원 주간전망)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전략이 달라졌다. 1,070원과 같은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을 악착같이 막지 않는다. 중요한 지지선이라도 무너지게 그냥 내버려둔다. 그러다 보니 ‘숏 플레이'도 막막해졌다. 당국이 민감한 지지선을 막는다면 한번 싸워볼 만하고, 만일 매도가 성공해 중요한 지지선이 무너진다면 환율이 쑥~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애초 지지선을 강력하게 막지 않으니 급락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되레 저점 매수세가 나타나고, 환율의 하락 속도는 느려지는 결과가 되고 있다. 차트를 보라. 달러-원은 지루하다. 조금씩, 야금야금 밀리는 꼴이다. 예전에는 환율이 계단식으로 내려갔다면 요즘은 ‘가랑비에 옷 젓 듯’ 밀리고 있다. 거의 2주 이상을 1,070원 중심의 횡보로 일관하였다.

이번 주라고 하여 추세에 별달리 변화가 있을 리는 없다. 다만, 앞서 코스피지수에서도 지적하였듯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변수가 나타날 수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환율은 내내 아래쪽을 이어가겠다. 중요한 지지선은 사라졌고, 시장에서도 1,070원 혹은 1,060원 등을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터인즉 차트로도 의미는 없겠다. 기술적지표들이야 보나 마나 하락세. 모든 지표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그런데 환율이 밀리긴 하겠지만 지루한 상태로 하락폭이 크지 않을 거라면 상대적으로 설령 반등의 기미가 있더라도 그 폭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달러-원 환율은 아래쪽으로 슬슬 떠내려가는 양상이 되리라 예상된다.

지지선? 글쎄다. 당국도 중요한 지지선을 긋지 않고 있는데...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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