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의도 금융대로 칼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올해, 직원들과의 잦은 만남으로 이른바 '스킨십 리더십'을 뽐내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사장님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말단 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지만, CEO들은 직원들을 만나고나면 생각지 못했던 경영 아이디어부터 시시콜콜한 사내 커플이야기까지 들을수 있다.

최근 데이비드 전 산은자산운용 대표는 일주일에 한 번씩 5명의 직원들과 저녁을 함께하고 있다.

마포와 이태원, 장소를 불문하고 진행되는 저녁 자리에서는 회사에 바라는 건의사항을 주제로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처음엔 선뜻 말하지 못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거리낌없이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연말 그룹사 워크숍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저녁 자리에 참석하기 전엔 반드시 직원들의 프로필을 꼼꼼히 외우고 간다"며 "직원들과의 저녁식사를 처음 시작할 무렵엔 정형화돼 있던 모습들이 이젠 제법 유연해 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의 점심 번개는 유명하다.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 대표로 현대중공업에서 자리를 옮겨온 서 대표는 취임이래 줄곧 일주일에 한두번씩 직원들과 점심 번개를 진행하고 있다.

점심 장소도 회사 근처 만두국 집 등 소탈한 장소가 대부분이다. 분기별로는 우수 영업직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저녁을 함께하기도 한다. 덕분에 하이투자증권 직원들에게 사장님은 어렵기보단 가깝고 편한 존재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직원들이 연락을 해오면 24시간 안에 대답을 해준다.

자신의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수시로 확인하는 유 사장은 직원 직급과 사안의 경중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온 메시지에는 '반드시'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준다. 직원들과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의사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또한 부장이나 상무보 승진자에게는 제2의 신혼여행을 보내준다. 여행을 보내주기 전에는 반드시 부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신혼여행의 미션을 부여하기도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연임을 오래하는 CEO들의 장수 비결 중 하나가 직원들과의 스킨십인 것 같다"며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불황 속에 CEO들이 신경써주는 작은 정성이 직원이나 조직을 다독이는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