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과거에는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오른다는 게 통상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금리가 인하되는 움직임 그 자체는 경제가 좋지 않다는 증거일 뿐이다. 오히려 금리가 오르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출구전략이 지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허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미국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작해야지만 경제가 정상화된다는 신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는 회복의 기운이 떨어지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는 애초 계획했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연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현실화된 셈이다.

셧다운을 계기로 미국의 경제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미국 고용시장은 열기가 식었고, 각종 경제지표도 미지근해졌다. 셧다운 때문에 갉아 먹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0.5%P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에 미국 경제성장률은 2%를 넘는데 급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테이퍼링 시작은 내년으로 넘어갔고, 그 여파로 달러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미국 여야의 '극한대치' 정쟁이 모든 그림을 바꿔 버렸다.

정치에 발목 잡힌 미국 경제는 유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유럽은 요즘 경기 회복의 온기가 돌고 있다. 영국 경제는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스페인은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탈출했다. 실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성장률도 플러스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유럽은 2010년 겪은 재정위기 때 정치의 실패를 맛봤다. 단일 통화를 쓰는 유로존 17개국 사이에 정치적인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경제를 불안에 빠뜨리는 원흉이 됐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불협화음에 투자자들은 떠나갔고 각종 지표는 고꾸라졌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요즘 유럽에서 정치불안에 대한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선에 성공하며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 추락과 유럽 경제 반등의 공통분모는 정치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도 곤란에 빠지고, 정치가 안정되면 경제는 도약한다. 미국 정치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비판은 미국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는 뜻의 다른 말이다. 10월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셧다운ㆍ디폴트(국가부도) 문제는 올 연말·내년 초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주체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강력한 정치 변수를 맞게 될 운명에 처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경제를 아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앞으로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라는 말이 뜨게 될지 모른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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