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유통대기업 상품 공급점 사업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품 공급점은 이마트의 에브리데이리테일과 롯데슈퍼, 홈플러스, GS리테일 등 유통대기업과 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개인 중소 슈퍼를 가리킨다.

이 중 에브리데이리테일과 홈플러스 등과 계약을 체결한 상품 공급점이 각각 '이마트 에브리데이', 'K슈퍼' 등 유통대기업의 간판을 사용하면서 변종 SSM 논란이 불거졌다. 유통대기업이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등으로 SSM 신규 출점이 막히자 상품공급을 통해 변칙적인 출점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정 부회장은 지난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앞으로 간판 부착과 유니폼 및 POS(판매시스템)을 지원해주는 변종 SSM 사업을 일절 진행하지 않고, 기존 점포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모두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유통대기업과 상인연합회 등이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자 출범한 민간협의체인 유통산업연합회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문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변종 SSM이 아닌 상품 공급점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정 부회장은 "변종 SSM이 아닌 상품 공급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된다면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에브리데이리테일과 계약을 체결하고, '이마트에브리데이' 간판을 단 상품 공급점은 235개다. 홈플러스의 경우 'K슈퍼'의 간판을 단 상품 공급점은 6개다.

롯데슈퍼는 작년 하모니마트와 굿모닝마트 등을 운영하는 CS유통을 인수하면서 현재 총 312개의 상품 공급점과 계약한 상황이지만, 롯데슈퍼 간판을 단 상품 공급점은 없다. GS리테일도 3개의 중소슈퍼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슈퍼는 GS슈퍼 간판을 달지 않고 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국감에서 롯데슈퍼의 상품 공급점 사업에 대해 "변종 SSM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통 대기업들은 상품 공급점 사업에 대해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견해이다.

A 대형 슈퍼마켓의 관계자는 "상품 공급점은 애초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지 못하고, 제조업체들로부터 높은 가격에 납품받던 중소 슈퍼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B 대형 슈퍼마켓의 관계자는 "중소 슈퍼들은 수수료 없이 대형 슈퍼마켓 공급망을 활용해 좋은 상품을 싼값에 들여놓고, 대형 슈퍼마켓은 그만큼 제조업체에 대해 협상력이 커져 더 낮은 원가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골목상권과 윈윈 효과를 거두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통 대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지 않는 중소 슈퍼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물건을 공동 구매해 회원 슈퍼에 공급하는 지역 슈퍼마켓협동조합과 중소 도매상 등 기존의 도매업자들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변종 SSM 문제는 해결됐지만, 현재 국회에서 상품공급점도 영업을 규제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인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k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