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연속 중기 목표 벗어난 물가= 통계청은 지난 1일 10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올랐다고 발표했다. 1999년 7월 0.3%를 기록한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다.9월 소비자 물가도 0.8%로 2개월 연속 0%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지난해 11월 1.6% 이후 11개월째 0~1%대를 기록하면서 물가 당국인 금융통화위원회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가너무 오랫동안, 큰 폭으로 중기 물가 목표인 2.5~3.5% 구간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말에 발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개월 연속 물가목표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금통위원은 총수요 부진과 고령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 변화로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자체가 하락하지 않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금통위원의 발언을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가 낮아진 탓에 물가도 오르지 않는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성장세 회복하는 데 물가는 왜 안오르지=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는 의미있는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전기 대비 1.1%를 기록, 2분기에 이어 1%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성장률은 8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민간소비, 정부 소비, 건설투자 등이 고루 증가세를 보이면서 1%대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가 1.2% 늘어 2분기의 부진(-0.2%)에서 벗어났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6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민간소비도 1.1% 늘어나면서 2분기(0.7%)보다 증가세가 커졌다.
총수요 부문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 물가도 상승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2분기 연속 1%대의 성장세를 회복하고도 물가 상승폭이 축소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올라도 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착화되는 과정이다.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성장률까지 떨어지면 경제의 재앙이라는 디플레이션이다. 정부가 온갖 수준을 다 동원해서 성장률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계는 빈털터리…소비 회복 여력 없어 = 일부 총수요 지표 등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회복세 정도다.
특히 가계가 빈털터리가 되고 있어 당분간 의미 있는 수요 회복도 힘들어 보인다. 가계는 총수요 부문의 가장 큰 축인 소비를 이끄는 추동 세력이지만 쓸 돈이 없다.
한은은 올해 6월 말 현재 개인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이 137%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980조원이고 직전 1년간 개인 가처분 소득은 717조6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의 수지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2004년 103% 수준에서 최근 10년간 33%p나 급등했다.
빚이 30%나 늘었으니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가계의 수지가 개선되지 않으면 총수요 차원의 물가상승 압력도 당분간 강화되기 어렵다.
거시경제정책의 초점도 이제 가계의 소비 여력 회복에맞춰져야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저물가가 우리나라 경제에 재앙이 되지 않도록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 기조도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당국자들이 우물쭈물 하다가는 우리도 아베노믹스로 몸부림치고 있는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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