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의 전망대> 저물가, 재앙이 되나
<배수연의 전망대> 저물가, 재앙이 되나
  • 승인 2013.11.0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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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물가를 보면 당혹스럽다. 우리나라가너무 빠른 속도로 일본의 저물가 패턴을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물가가 총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을 일부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되면서 당국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총수요 부진에 따른 저물가 현상은 우리나라 경제의 노화를 의미한다. 경제가 한 번 노화되면 좀처럼 성장경로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일부는 저물가를 이대로 방치하면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16개월 연속 중기 목표 벗어난 물가= 통계청은 지난 1일 10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올랐다고 발표했다. 1999년 7월 0.3%를 기록한 이후 14년만에 최저치다.9월 소비자 물가도 0.8%로 2개월 연속 0%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가지난해 11월 1.6% 이후 11개월째 0~1%대를 기록하면서 물가 당국인 금융통화위원회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비자물가가너무 오랫동안, 큰 폭으로 중기 물가 목표인 2.5~3.5% 구간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말에 발표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개월 연속 물가목표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금통위원은 총수요 부진과 고령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 변화로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자체가 하락하지 않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금통위원의 발언을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가 낮아진 탓에 물가도 오르지 않는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성장세 회복하는 데 물가는 왜 안오르지= 올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는 의미있는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전기 대비 1.1%를 기록, 2분기에 이어 1%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성장률은 8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민간소비, 정부 소비, 건설투자 등이 고루 증가세를 보이면서 1%대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설비투자가 1.2% 늘어 2분기의 부진(-0.2%)에서 벗어났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6분기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민간소비도 1.1% 늘어나면서 2분기(0.7%)보다 증가세가 커졌다.









총수요 부문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가 회복세를 보이면 물가도 상승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2분기 연속 1%대의 성장세를 회복하고도 물가 상승폭이 축소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장률이 올라도 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착화되는 과정이다.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성장률까지 떨어지면 경제의 재앙이라는 디플레이션이다. 정부가 온갖 수준을 다 동원해서 성장률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계는 빈털터리…소비 회복 여력 없어 = 일부 총수요 지표 등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회복세 정도다.

특히 가계가 빈털터리가 되고 있어 당분간 의미 있는 수요 회복도 힘들어 보인다. 가계는 총수요 부문의 가장 큰 축인 소비를 이끄는 추동 세력이지만 쓸 돈이 없다.

한은은 올해 6월 말 현재 개인 가처분 소득에 대한 가계부채 비율이 137%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6월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980조원이고 직전 1년간 개인 가처분 소득은 717조6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의 수지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2004년 103% 수준에서 최근 10년간 33%p나 급등했다.

빚이 30%나 늘었으니 가계의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가계의 수지가 개선되지 않으면 총수요 차원의 물가상승 압력도 당분간 강화되기 어렵다.

거시경제정책의 초점도 이제 가계의 소비 여력 회복에맞춰져야 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저물가가 우리나라 경제에 재앙이 되지 않도록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정책 기조도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당국자들이 우물쭈물 하다가는 우리도 아베노믹스로 몸부림치고 있는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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