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 폭주 랠리가 연초이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두달도 채 안되는 기간중 이들의 10조원 가까운 순매수에 힘입어 작년말 대비 코스피는 160포인트 이상, 비율로 10% 가까이 상승했다.

외국인들의 이러한 양상은 한국 자체에 대한 매수로 풀이된다. 이른바 `바이 코리아(Buy korea)'다.

이러한 양상은 채권시장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주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두 가지 큰 뉴스가 나왔다. 작년 말 만기상환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보유 중이던 템플턴 펀드의 한국채권 매수재개 소식과 스위스 중앙은행의 한국채권시장 투자임박 뉴스가 그것이다.

2006년 이후 태국펀드들의 한국채권 매집으로 시작된 한국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그간 초기의 단순 금리차를 이용한 재정거래 위주에서 아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한 투자로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유럽 선진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도 관심을 보이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전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7% 수준으로 주식에 비해 낮지만,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선진국 시장들의 부진과 한국경제의 상대적 호조를 감안할 때 향후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신흥국 중 가장 뛰어난 거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위험회피를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존재하고 시장의 규모도 크다는 점 역시 한국 채권시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어찌보면 유럽시장이 휘청일때 반사 이익을 보는 측면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본격적인 외국인 투자가 개시된 이후 몇 번의 고비도 있었다. 한국 국채의 WGBI 지수 편입 무산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외국인 비과세 조치의 철회 등의 장애들도 있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야 한국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지정학적 위험이니 논외로 하고, 다른 두 경우는 모두 한국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사안이다.

당국은 외국인의 한국 국채투자를 반기기만 하는 입장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달리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고스란히 한국의 대외채무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투자자금의 입출 과정에서 환 시장에 교란요인이 되기도 하며 급격한 자금의 유출입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시장 교란요인으로서의 위험이 크다.

정부와 기업들이 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를 반기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특히 1997년 외화자금의 유동성 관리에 실패해 국가부도사태를 경험하기도 한 당국으로서는 무척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비난을 무릅쓰고 시행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던 외국인 비과세 조치를 취소한 바 있으며 외은지점의 선물환 한도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화예금 확대와 국고채 발행한도 기준의 교체 등도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강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선진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신흥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주목과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 상황이 일견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다. 어려운 글로벌 경제상황 속에서 한국이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 역할을 할 만큼 인정받고 있다는데 대한 뿌듯함과 잊혀지지 않는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 때문이다.

양면성을 갖는 이런 상황속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외국인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유지되도록 금융당국은 균형 감각을 갖고 제어해야 할 것이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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