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아파트 자본주의'의 붕괴
<최기억 칼럼> '아파트 자본주의'의 붕괴
  • 승인 2013.11.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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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 성장사에서 아파트는 '이데올로기'이고 '욕망의 대상'이었다.

이 땅에 아파트가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단순한 주거 용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가 부각되는 자산(Asset)으로 변신, 한국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괴물이 됐다.

아파트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본 한국의 산업화 과정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극적이다. 예컨대 개발연대의 상징물인 경부고속도로 개통(1969년)은 전국 아파트의 일일생활권을 의미했고, 이후 서울지하철 1호선의 개통(1974년)은 아파트의 수도권 광역화로 이어졌다. 컬러텔레비전 출시(1980년)를 계기로 전국 아파트 거실은 좀 더 넓고, 비싼 자재와 안락한 실내장식 기술이 결합하는 쪽으로 진화해 갔다. 모든 성장과 개발의 주요 이벤트는 아파트가격의 상승으로 연결됐다.

아파트는 경제 주체들의 선택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모든 이슈를 용광로처럼 녹였다. 현재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는 아파트 소유자의 부채와 빈곤 문제이고, 초기 금융의 출발도 아파트의 매매에 따른 대출과 융자, 매입 채권의 부산물이었다. 기업의 활동과 근로자 임금 인상 역시 아파트가격의 상승과 연동했다. 선거조차도 아파트가격의 직간접적인 영향권 하에 휘둘렸다. 한마디로 한국 자본주의를 총체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파트'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신분 상승의 가장 중요한 사다리였다. 평수를 넓혀가기만 하면 노후가 보장된다고 믿었고 실제 그랬다. 과거에 투기는 극소수 층의 전유물이었지만 모든 국민이 집 투기에 뛰어들면서 자산 버블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건강한 노동이 수반되지 않는 벼락부자, 불로소득과 떼돈이 출몰하면서 왜곡되고 뒤틀린 어두운 자본주의의 편향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사에서 보여주듯 가격 불꽃놀이는 영원히 지속하지 않았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고 한국도 성장이 정체되면서, 특히 고령화까지 겹치자 가격의 상승 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마침내 40년 만에 멈춰 섰다.

불행히도 막차를 탄 것은 이 땅의 베이비부머인 50대들이다. 노후가 준비되지 않은 이들은 경제적으로 가장 절박하고, 이미 지난 대선에도 나타났듯이 정치적으로 가장 폭발력 있는 세대다.

이들은 선배들인 60~70대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평수 넓히기에 생애 목표를 걸었지만, 거품이 꺼지자 하루아침에 하우스푸어(House poor)로 전락했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침몰은 이들이 기대했던 노후 불로소득의 붕괴를 의미한다.

모든 자산가격의 팽창과 침체(Boom & Bust)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누군가는 더 큰 바보를 찾는 소위 폭탄 돌리기 제로 섬 게임이 지속됐지만, 이제 대중들은 더는 현금 흐름(Cash flow)이 나오지 않는 집과 토지, 빌딩은 쳐다보지 않게 됐다.

중기적으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우울하고, 장기, 초장기적으로는 더 그렇다.

산업화를 거쳐 금융화가 지속한 기간을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과정이라고 할 때, 지금은 '결(結)'에 해당하는 시기이며 '아파트 자본주의'의 붕괴가 본격화되는 지점이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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