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유로존 재정 위기와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감소했던 글로벌 외환시장 거래량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미국시간) 이달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발표한 환시 거래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글로벌 환시의 일일 평균 거래량이 3조4천7천만달러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4월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는 그리스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고 진단하지만, 거래량은 그러한 평가를 뒷받침할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톰슨 로이터와 아이캡(ICAP)의 거래시스템 EBS에서 지난 1월 거래량은 모두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1월 톰슨 로이터 플랫폼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1천27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 줄어들었다. EBS는 23% 감소한 1천160억달러였다.

유로존 재정 위기의 여파로 은행 대출이 위축되면서 환시 거래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됐다.

지난해 통화 펀드의 실적이 우울했던 점 역시 투자자들을 시장에서 떠나게 했다. 통화 펀드에서는 40%의 투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일본과 스위스 정부는 엔화와 스위스프랑화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고자 총력을 다했고 이 역시 환시 거래량 감소에 한몫했다.

글로벌 환시 거래량은 지난 2009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2년간 55% 증가하고 나서 증가세가 멈췄다.

거래량 정체의 주원인으로는 외환 스와프 거래량이 8% 감소했으며 통화 선물과 옵션 시장 성장이 멈췄다는 점이 꼽혔다.

세계 최대 선물거래기업인 CME 그룹(CME Group)은 지난해 통화 선물과 옵션 거래량이 직전연도와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시장 규모는 직전년 대비 48% 급증했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 그리스가 유로존의 탈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짙어지고 위기가 다른 유로존 국가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는 등 유로존 위기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환시만이 아니라 주식과 원자재 시장도 모두 거래량 감소를 겪었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외환 딜러들과 중개업체의 수익이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WSJ는 미국 경제지표가 경기 개선을 가리키고 있지만, 환시 거래량도 그에 따라 증가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진단했다.

에버뱅크월드마켓츠의 척 버틀러 대표는 고객들이 스위스프랑에 베팅해도 되는지 끊임없이 묻지만 투자를 만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틀러 대표는 "시장에 잡음이 너무 심하다"며 "많은 시장참가자가 현금보유를 택하고 시장을 관망하며 분명한 방향성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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