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동부그룹이 오는 2015년까지 주요 자산을 매각해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은다고 17일 발표하면서 김준기 회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STX그룹과 동양그룹이 최근 잇따라 무너지면서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채권은행의 압력을 우선으로 꼽는다.

특히 이번 자구계획안에서 매각된다고 밝힌 동부하이텍은 채권단이 그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다.

채권은행들로부터 빌린 신디케이트론 잔액은 6천억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수익성은 최근에 들어서야 흑자 전환돼 재무구조 개선이 요원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익스포져'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동안 주장해온 채권단은 STX와 동양사태를 계기로 최근 동부그룹에 동부하이텍 매각을 더욱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하이텍은 보유한 동부메탈 지분 31.28%를 김준기 회장이 사실상 보유한 39.5%에 얹어 매각될 예정이다.

이후 차입금을 상당 부분 상환한 동부하이텍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김 회장의 특단의 배경으로는 오는 19일 열리는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심사위원회도 있다.

동부제철은 내년까지 만기를 맞는 총 4천360억원의 회사채에 대해 차환지원을 받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당시 1조500억원에 달하는 자구 계획안을 채권단에 내놨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과 금융투자업계는 동부제철의 자구계획이 부족하다면서 추가적인 조처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는 동부제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로 낮추면서 동부제철은 고민은 더욱 커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차심위가 열리기 전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김 회장은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김준기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데, 이를 매각에 나선 건 확실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차심위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주력사업에 대한 투자를 마무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그룹은 앞으로 금융과 철강, 전자, 농업ㆍ바이오 등 4대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중점 육성할 계획인데, 성장을 위한 발판은 인수ㆍ합병(M&A)과 투자는 대부분 끝났다고 그룹의 밝혔다.

추가 대규모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3~4년 동안 경기불황이 지속할 것으로 판단하는 만큼 그룹차원에서 주력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은 이날 2015년까지 총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확보한 유동성을 통해 현재 6조3천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2조9천억원으로 줄이고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할 계획이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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