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동부그룹이 17일 내놓은 3조원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안의 상당 부분은 철강 자산에 집중돼 있다.

당진제철소 투자와 철강업황 부진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동부제철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BBB-)까지 강등시킨 것도 이러한 점이 반영된 탓이다.

동부가 이날 제시한 철강부문의 유동성 확보 계획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우선 2015년께 분할 뒤 지분 50%만 팔겠다던 동부제철의 인천공장은 '통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동부제철은 또 동부당진항만의 지분 유동화를 통한 매각에도 나섰다.

동부특수강의 지분을 기업공개(IPO)를 통해 매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동부하이텍이 보유중인 동부메탈 지분 31.28%를 매각하겠다던 기존 계획을 김준기 회장이 동부인베스트먼트(31%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8.5%)를 통해 보유중인 39.5%의 지분을 얹어 경영권과 함께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되면 동부는 약 2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당진제철소로 철강 사업을 집중하게 된다.

가장 주목되는 자산은 인천공장이다.

동부제철은 회사채 차환 지원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마련하면서 채권단에 2015년께 지분 50%만 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장 전체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천공장의 장부가는 6천763억원에 달한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지분 50%를 매각하면 약 3천500억원을 확보할 것으로 봤다. 공장 전체를 팔면 매각가는 7천억원 이상이 된다.

채권단이 설정한 근저당권 4천795억원을 감안하더라도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매각으로 2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인천공장은 연간 냉연 70만t, 아연도강판 65만t, 컬러강판 43만2천t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냉연부문은 연간 수백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사업이다.

동부제철의 적자사업이 열연사업의 손실폭을 메울 정도다.

그러나 동부제철의 재무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알짜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채권단의 제안을 동부가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통매각'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제철은 연간 금융비용만 2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를 줄이지 않고서는 전체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핵심자산을 매각하기로 했으며 이후 사업구조도 새롭게 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제철은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방식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동부 철강사업의 한 축을 이뤘던 동부메탈의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한 것도 재무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부메탈의 최대주주인 동부하이텍은 채권단과의 약속에 따라 올해말까지 지분 31.28%를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경영권이 없는 지분 매각이다 보니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인 김준기 회장의 보유 지분까지 합쳐 매각하자고 제안하자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결국 경영권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다.

동부는 동부메탈 매각으로 7천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인천공장과 함께 그룹 내 '알짜' 자산으로 꼽히는 동부메탈 매각으로 동부의 제철사업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동부메탈은 국내 합금철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작년에 6천118억원의 매출과 607억원의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을 냈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외 철강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것도 동부메탈의 수익성이 시장 지위와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동부당진항만 유동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3천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동부익스프레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고, 산은과 캐피탈사 등 금융권이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중이다.

동부제철은 72%의 지분을 보유한 동부특수강의 IPO도 이른 시일안에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구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동부제철은 IPO를 통한 지분매각을 통해 1천200억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 총수인 김준기 회장도 동부제철의 유동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천억원의 사재를 털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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