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재무구조개선약정 완전 졸업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최진우 기자 = 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비메리반도체 업체인 동부하이텍까지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은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동부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10년간이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차입금을 갚는데 사용하지 않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지속적으로 인수ㆍ합병(M&A)에 우선 투자하면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재무구조개선에 미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STX그룹과 동양그룹 등 국내 중견그룹이 잇따라 무너지고 향후 경기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 등 채권단은 동부에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 실행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준기 회장은 결국 이를 받아들여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마련했다.

동부는 현재 6조3천억원인 차입금 규모를 2조9천억원대로 대폭 줄이고, 부채비율을 270%에서 170%로, 이자보상배율을 0.14배에서 1.6배로 개선해 2015년까지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에서 완전히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동부가 17일 발표한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계획안의 핵심은 동부하이텍의 매각이다.

동부하이텍은 김준기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회사다.

설립 당시 반도체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김준기 회장은 비메모리반도체가 향후 미래 신수종사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결국 그룹내 천덕꾸러기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고, 채권단에는 눈엣가시와도 같았다. 차입금은 늘고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데다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영업적자를 내 왔다. 지난해에도 15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지만 채권단의 생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금융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동부하이텍의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지속적으로 동부에 전달해 왔지만 김준기 회장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동부가 이번에 동부하이텍을 구조조정 매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본질적인' 차원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채권단의 요청을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도 "지난 10여년간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으나, 반도체부문의 향후 투자에 대한 채권단의 계속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부는 우선 동부메탈의 경영권을 매각한 뒤 동부하이텍에 대한 매각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동부하이텍이 동부메탈 지분 31.28%를 보유중인데 동부하이텍의 매각을 위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동부메탈 매각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부는 동부하이텍이 보유중인 지분에 김준기 회장이 동부인베스트먼트와 동부스탁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중인 39.5%를 얹은 70.78%의 동부메탈 지분과 경영권을 매각할 예정이다.

동부는 이를 통해 약 7천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을 매각하면 이들 두 회사가 갖고 있던 차입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동부 계열사들도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동부제철은 인천공장 및 당진항만 매각 외에 동부특수강 IPO, 유상증자, 보유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추진한다. 2015년까지 1조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조3천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이 내년에는 1조원 이하로, 2015년에는 9천억원대로 대폭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지분을 비롯한 각종 자산 매각을 추진한다

이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성공적으로 매각했고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처분을 위한 막바지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울산, 김해 등지의 유휴부지 및 보유 지분을 처분하고, 동부CNI 등 다른 계열사들도 각종 유형 자산과 지분 등을 처분해 자구계획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준기 회장도 약 1천억원의 사재를 털어 동부제철 등의 유상증자에 힘을 더해줄 계획이다.

동부는 동부하이텍 등의 매각을 통해 향후 그룹의 주력 사업을 금융과 철강, 전자, 농업ㆍ바이오로 재편해 집중 육성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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