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SPC 설립 후 '금호ㆍ두산 방식 매각' 검토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동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가운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동부의 알짜 자산을 넘겨받아 통매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가 직접 자산을 개별적으로 매각할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시간이 장기간 소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보다 나은 가치를 평가받아 좋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풀링(Pooling)해 파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동부에 이와 같은 매각 방식을 제안했고, 동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는 17일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동부제철의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의 자산을 매각해 3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가 내놓은 자산들은 알짜로 통하는 매물들로 평가받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전문 비메모리반도체 업체인데다, 동부가 10여년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 온데 따라 기술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지난 2008년 동부하이텍의 금속재료사업 부문을 분리해 만들어진 동부메탈은 합금철 국내 1위, 정련 합금철 분야 세계 2위의 철강사다. 훼로망간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50만t을 생산하고 있다.

동부제철의 인천공장은 부지만 10만평에 달하며 수익성이 좋은 냉연에 집중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해에만 8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열연사업의 적자를 메우고 있는 알짜 자산이다.

산은은 동부가 매각하겠다고 내놓은 자산들을 개별적으로 매각할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매수자들과의 협상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별도의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해 이들 자산을 사들인 뒤 매각에 나서자고 동부에 제안했다.

SPC에 자산을 넘기면 동부는 유동성을 이른 시일안에 확보할 수 있고 회계상으로도 절연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은은 채권 은행들과 함께 SPC를 설립한 뒤 대출(Loan)을 일으켜 동부가 매각하겠다고 내놓은 자산들을 인수하고서 이들을 한데 묶은(풀링) 뒤 매각할 예정이다.

SPC의 지분을 매각할 수도 있고, 개별 자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있으면 별도로 매각하는 안도 고려될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방안은 아니다"면서도 "일단 동부에 제안을 해 둔 상태이며 동부도 긍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산은 내부에서는 관련 부서끼리 이러한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중이며 동부의 유동성 확보에 매우 적합한 방안이라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가 내놓은 자산의 가치가 좋아 SPC 설립을 위한 자금 모집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산은이 고려중인 이러한 방안은 과거 금호아시아나와 두산그룹이 활용한 적이 있다.

산은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SPC를 설립을 통해 활용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중이던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두산DST, SRS코리아, 삼화왕관 등의 계열사를 별도의 SPC를 설립한 뒤 매각했다.

산은 관계자는 "SPC에 어떤 자산들을 넣을 지, 자산가치를 어느 선에서 결정할 지에 대해서는 동부 측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면서 "동부가 매각하겠다는 자산들의 가치가 좋아 이른 시간안에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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