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제갈량(김준기 회장)이 촉나라(동부그룹)를 살리기 위해 울며 아꼈던 마속(동부하이텍)을 친 셈입니다"

동부의 한 관계자는 18일 동부그룹이 전일 발표한 3조원 유동성 확보 계획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 매각에 나선 건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동부의 지난 반도체 역사를 보면 김 회장의 반도체 사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997년 동부전자를 세우면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 팔을 뻗고 200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반도체 불황이었던 2000년대 초반, 김 회장은 주위의 반대에도 외환위기에 쓰러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는 합병했고, 수익성 강화를 위해 김 회장은 2007년 동부한농을 합병시켰고 사명을 동부하이텍으로 바꾼다.

이후로도 연신 적자를 내는 동부하이텍이었지만 김 회장의 '애착'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동부하이텍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개인재산 털어 3천500억원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그의 '반도체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 대가로 받은 게 앞으로 '통매각'에 나서는 동부메탈 지분이다.

동부하이텍을 키우기 위해 반도체 분야의 '특A'급 인재를 섭외하라고 주문한 김 회장이다.

동부하이텍 대표를 맡은 최창식 사장은 지난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일한 인재다.

구교형 부사장은 삼성물산, 김택수 상무는 삼성전기, 김갑용 상무와 송재인 상무, 김범석 상무, 유광동 상무, 최영제 상무, 이진수 상무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임원 중에 '토종' 동부그룹 출신은 손에 꼽을 정도다.

한 마디로 반도체 관련 초일류인 삼성그룹 출신을 대거 수혈해 반도체 분야를 크게 키우려는 것이 김 회장의 뜻이었다.

김 회장은 "반도체는 기술축적이 중요해 그 기간 버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사랑이 담긴 동부하이텍이지만 채권단 눈에는 항상 '눈엣가시'였다.

올해 상반기 51억원의 영업이익만 냈을 뿐 이전까지는 매년 적자만 봤다. 아직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갚지 못한 신디케이트론 잔액이 6천억원에 달하고 이마저도 만기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반도체 익스포져'인 동부하이텍에서 동부그룹이 손을 떼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자 더욱 압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그룹이 살려면 익스포져가 큰 동부하이텍을 매각해야 하고, 김 회장의 애착이 강한 계열사인 만큼 내놓는다면 '상징성' 차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 회장은 지난 16일 저녁 동부하이텍을 팔아 전자분야를 동부대우전자가 중심인 B2C 방향으로 선회키로 했다.

최근 흑자전환한 데 따라 기업가치에 변화가 생긴 만큼 동부하이텍 매각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요처인 중국 반도체 설계ㆍ판매(팹리스) 시장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부하이텍도 이에 발맞춰 상해와 북경에 현지 지사를 설립했고, 중국 매출비중을 8%(작년 기준)에서 올해 13%까지 늘릴 계획이다.

동부하이텍은 올해 상반기 2천537억원의 매출액과 4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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