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금, 글로벌시장 유입 기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에 대한 대대적 개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미국시간) 1조2천억달러 규모의 일본 GPIF가 새로운 독립체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7명의 금융 및 기업 전문가를 위촉해 자문단을 구성한 후 해당 연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자문단은 GPIF에 대한 개혁안을 이르면 20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GPIF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금 풀을 갖고 있으나 현재 일본 후생성의 관리를 받고 있어 주식과 채권 투자에 극도로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GPIF의 일본국채(JGB)에 대한 직접 투자는 엄격하게 법으로 규정해 제한된 수준에서만 허용돼왔다.

GPIF에 대한 개혁은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친(親) 성장정책에서 중요한 일부 중 하나다.

아베 총리는 GPIF에 대한 투자 규제를 완화해 투자 심리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GPIF에 대한 개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하는 부문이다.

대규모 일본 연기금이 글로벌 시장으로 유입될 첫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에는 GPIF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채권 이외 좀 더 다양한 자산으로 다변화하는 시도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

일본 리소나은행 자산관리 부문 다카시 히라츠카 트레이더는 "GPIF의 의사결정은 다른 많은 연기금이 이를 본보기로 삼아 유사한 투자 배분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자금이 이동하는 자산 종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GPIF 자금의 1%포인트가 일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 이는 주식시장에 1조2천억엔 자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자메이카의 경제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문단이 건의할 개혁안 중 하나는 일본은행과 같이 GPIF를 독립된 별도 법인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는 일본 후생성이 GPIF의 투자 결정을 최종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별도의 법을 통해 GPIF를 독립시킬 경우 투자 결정을 GPIF 스스로 하게 돼 투자 범위가 훨씬 더 확대될 여지가 크다.

또 GPIF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면 좀 더 능력 있는 투자 매니저들을 연기금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예산 운용에 자유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GPIF의 투자 매니저들의 연봉은 미국 대형 연기금의 투자 매니저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자문단은 GPIF의 투자 철학을 좀 더 위험 선호 쪽으로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건의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목표 투자 수익률을 정하기보다 얼마 만큼의 위험을 감수할지를 정하는 방향으로 투자 방향이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GPIF의 지난 10년간 수익률은 연율로 3.18% 정도로 이는 미국 연기금의 절반 수준이다.

자문단은 GPIF가 사용하는 주식 벤치마크 지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소식통을 따르면 현재 GPIF가 사용하는 벤치마크 지표는 토픽스지만, 일본증권거래소와 닛케이사가 새롭게 도입할 지수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픽스는 현재 일본 1천개 이상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으나 새로운 지수는 ROE(자기자본수익률)이 높은 기업들 400개가량의 종목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문단은 지난 9월에 제안한 포트폴리오 투자를 과도한 채권 집중에서 다변화할 것과, 부동산, 원자재, 사모펀드 등도 투자 대안으로 고려할 것을 조언하는 내용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유리 오키나 일본 리서치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GPIF가 좀 더 공격적으로 변모한다면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다양한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자문단이 제안한 것이 반드시 실행될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계했다.

일본 관료들이 GPIF를 좀 더 통제하길 원한다면 GPIF를 독립시키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문단장인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공공정책 대학원 교수는 전날 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제안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제안에는 포트폴리오의 구체화, 지배체제의 구체화, 로드맵의 구체화가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ys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