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LIG그룹이 '사기성 CP(기업어음)'를 발행했다 그룹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몸통'인 LIG손해보험을 매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LIG손보는 LIG그룹 전체 매출 12조원 가운데 10조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그룹내 실질적인 핵심 계열사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자산총계가 20조4천111억원에 달하는 손보업계 4위의 최상위권 보험사다.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대주주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내놓고 보험사업을 접기로 전격 결정한 것은 그만큼 '사기성 CP' 발행으로 인한 파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LIG그룹은 19일 최대주주인 구본상 부회장(지분율 6.78%)과 구자원 회장(0.24%) 등 특수관계인 16명이 보유한 1천257만4천500주(20.96%)와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수 일가가 가진 모든 지분과 함께 경영권을 내놓으면서 보험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구자원 회장이 매각에 앞서 임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LIG손보는 저와 임직원의 피땀이 어려있는 만큼,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을 만큼 매각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하지만 LIG건설의 '사기성 CP' 발행에 따라 끼친 사회적, 법적 파장의 뒷수습을 위해서는 '몸통'을 파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됐다.

구자원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사기성 CP' 발행으로 약 2천100억원 가량의 피해를 본 약 700여명의 투자자에 투자금을 모두 돌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현금 동원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초 2억원 이하 투자자를 비롯한 550여명의 투자자에 450억원을 갚아줬고, 지난 8월에는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투자자 50여명에 약 280억원을 보상했다.

그래도 1천300억원 가량이 더 필요했다. 지난 14일부터 강남역 부근에 별도 사무실을 내고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에 보상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구자원 회장 등 총수 일가는 결국 LIG손보를 매각하면서 확보하는 자금을 통해 이를 갚기로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구 회장은 "투자자 피해보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회사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 매각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 일가가 팔기로 한 지분을 시가로 환산하면 3천600억원대에 달한다. 경영권 매각까지 포함된 것인 만큼 매각가가 4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CP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마련은 충분하다.

총수 일가가 그룹내 핵심 계열사까지 팔면서 CP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서두르는 것은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적지 않다.

구자원 회장은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로부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장남인 구본상 부회장의 징역 형량은 8년으로 더 늘어났다.

구 회장은 올해 78세의 고령으로 당시 법정구속되자 그룹 안팎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컸다.

LIG그룹은 올해 말까지 나머지 CP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절차가 완료되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이행한데 따라 정상참작 해 구 회장의 법정구속 상태를 면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LIG그룹은 이번 LIG손보 매각 결정과 CP 투자자에 대한 피해 보상이 대주주 일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 매각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면서 "투자자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