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역 인근 동자동에 있는 30층 높이의 '아스테리움 서울'. 지난 8월 준공인가 받은 최신식 빌딩에 뜬금없이 코끼리상이 자리 잡고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유달리 강한 서울역의 서쪽 호랑이 기운을 막고자 마련된 것으로, 결함 있는 땅의 모자람을 채워준다는 '비보(裨補) 풍수학'에 근거를 두고있다.

다섯 마리 짐승 모양의 지세가 긴장된 균형을 나타낸다는 의미의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은 코끼리→호랑이→개→고양이→쥐→코끼리 순서로 서로를 견제해준다는 개념이다.

'아스테리움 서울'을 시공한 동부그룹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코끼리상을 뒀다. 22일 동부그룹 관계자는 "풍문에 불과하지만 대규모 빌딩인 만큼 찝찝함이 들 필요는 없기때문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역 주변은 서쪽을 바라보는 빌딩을 보유한 기업이 어려워진다는 속설이 있다.

지역 랜드마크인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를 사용한 대우그룹, 창립 40주년을 맞아 사옥(현 게이트타워)을 만든 벽산건설, 최근 STX그룹까지 어려워지면서 풍수 속설은 마치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이같은 비보는 대기업 사옥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광화문 신문로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은 바로옆 흥국생명 사이에 수경시설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 빌딩 앞에 있는 22m 높이에 달하는 조형물 '해머링 맨'의 망치질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좋은 기운을 깨버리는 행위일 수 있다는 고려때문이었다. 망치가 물을 내리쳐 충격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풍수지리학적으로 '해머링 맨'은 원작가 조나단 보로프스키는 말하고자 했던 '일꾼을 기념하기 위한 작품' 또는 흥국생명이 추구하는 '평생 파트너로서 딴딴한 약속'과는 다소 동떨어지게 해석된 셈이다.

아울러 지난 1999년 완공된 SK그룹의 서린동 빌딩은 거북으로 떠받친 모양으로 형상화된 곳으로 유명하다. 네 기둥에는 거북발 모양이, 정문과 후문에는 거북머리와 꼬리를 상징하는 조형물과 문양이 각각 설치됐다.

거북등으로 건물전체를 떠받드는 모양을 통해 사업번창과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석유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업체 특성상 화기를 다스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알려졌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는 "건물의 설치된 비보물들이 주변의 흉한 기운을 완벽하게 물리치지는 못한다"며 "또 비보가 있다고 무조건 순풍에 돛단 듯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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