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1천억 달러의 누적 해외수주를 달성하면서 그동안 현대가 시공했던 주요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540만달러)로 첫 해외 진출한 이래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서 국내업체의 해외건설 수주를 주도하고 있다.

▲20세기 최대 역사(役事) 주베일산업항 =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976년 '20세기 최대 역사'라 불리는 9억3천만달러 규모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공사를 따내며 중동 건설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사진설명 :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산업항>

수주 금액 9억3천만달러는 당시 우리나라 1년 정부예산의 25%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선수금으로 받은 2억달러도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2천달러의 10배 정도였다.

주베일산업항 수주는 당시 한국 국제수지 적자폭이 17억1천390만달러에 달하는 등 제1차 오일쇼크로 국가부도 위기를 겪고 있을 때 한국경제의 구세주였던 셈이다.

주베일산업항 공사에 소요된 모든 자재는 국내에서 조달해 해상으로 운송했다. 1만마력 예인선 3척과 2만톤 바지선 3척, 5만톤 바지선 3척으로 기자재 수송 작전을 펼쳤다.

큰 사고 없이 해양수송을 마친데다 수심 30m 해상에서 중량 500톤짜리 자켓을 한계 오차 5㎝ 이내로 설치하면서 발주처와 감독청 모두 놀라운 사건이라고 혀를 내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일없이' 완성한 페낭대교 =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는 1985년 완공 당시만 해도 세계 세 번째로 긴 13.5km 다리였다. 입찰경쟁부터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사진설명 : 말레이시아 페낭 대교>

입찰에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프랑스 5개사, 독일 3개사, 일본 13개사 등의 글로벌 업체가 각축전을 벌였다.

현대건설은 입찰가를 가장 낮게 쓰지는 않았지만 타사보다 1년 공기를 앞당겨, 3년만에 짓겠다고 했다. 1년 먼저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수주에 성공했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페낭대교 현장에는 휴일도 퇴근 시간도 없었다. 일요일인데도 현장소장이 나와 바지를 걷어 올리고 개흙에 들어가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말레이시아 신문들은 '한국 사람들은 어라운드 더 클락(24시간 내내 일한다)'는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내보내는 등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고수습' 교본, 사우스파 가스전 = 2002년 수주한 16억달러 사우스파 가스전 4·5단계 공사 현장에는 플레어 스택(배출가스 연소탑)이 두 개 있었는데, 공사도중 한 곳에 불이 붙었다.

 





<사진설명 :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ㆍ5단계>

큰 피해는 막았으나, 플레어 스택의 중간 부분이 부러졌다. 현대건설은 발주처 관계자들에게 예정공기에 지장 없이 100일만에 복구한다고 약속하며 마음잡기에 나섰다.

1천명이 밤샘 작업을 한 끝에 설계변경부터 자재 발주까지 1주일만에 해치웠다. 플레어 스택 제작은 한국 엔지니어링 업체가 40일만에 끝냈다.

그러나 플레어 스택을 이란까지 옮기는 것이 문제였다. 긴급 공수작전은 육해공(陸海空)이 모두 활용됐다.

김포공항에서 러시아 수송기를 이용해 두바이 공항까지 갔다. 이후 플레어 스택을 배에 싣고 이란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사건발생후 100일만에 플레어 스택을 새롭게 제작·설치했고, 사우스파 4·5단계 공사는 예정보다 1개월 빠른 35개월 만에 완공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 가스전이 공기를 1개월 앞당겨 제품을 생산해 이란 국민총생산(GNP)의 2% 상승을 가져왔다"며 "당시 이란 대통령도 현대건설의 시공능력을 크게 칭찬해 마지않았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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