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아베노믹스가 출범 1년도 안 돼 비틀거리고 있다. 시행 후 살아나는 듯했던 각종 경제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지며 일본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발표된 일본의 경상수지, 무역수지, 경제성장률은 실망스러웠다. 7~9월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5% 오르는데 그쳤다. 아베노믹스가 지표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1~3월(1.1%)과 4~6월(0.9%)에 비하면 성장모멘텀이 점점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10월 무역적자는 1조910억엔으로 1년 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엔저 정책으로 수출(18.6%↑)은 늘었으나 수입(26.1%↑)이 그보다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본 수입은 대부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관련 비용이다.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에너지 수입이 늘어 고질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으나 내용상 좋지 않은 흐름이 엿보인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는 2007년 5%에서 2012년 1% 수준까지 내려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집계된 일본의 경상흑자는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기업들의 이익금과 투자자들의 이자와 배당 소득으로 만회해 왔다. 예컨대 9월 무역수지는 4조6천억엔 적자였으나 이자와 배당 등으로 번 소득수지가 8조9천억엔을 기록해 경상수지는 3조엔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역적자 폭이 점점 커지다 보니 경상흑자에도 서서히 충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화가 달러당 100엔을 넘으면 수입비용 부담이 더욱 커져 무역적자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현재 달러-엔은 101엔에 거래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를 유발해 수출을 늘리고, 수출의 증가가 기업들의 이익이 증대에 기여하며, 이것이 직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활성화되고 내수를 살려 경제부흥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부양해 주가를 높이고 '부의 효과'를 통해 가계의 소비를 늘리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이 공적연금을 개혁해 채권에서 주식으로 투자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소비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베노믹스는 시행 초기에 표면적으로 성과를 낸 것 같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이면에 잠재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로 돈을 번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주저하면서 내수회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임금 인상에서 소외된 직장인들은 지갑을 아직 열지 않고 있다. 내년 4월부터는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될 예정이다. 세금인상은 소비자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베노믹스로 애써 살려놓은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사그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금리안정과 개혁에 대한 저항 등 아베 신조 총리가 헤쳐나가야 할 숙제가 아직 많다.

일본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려면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은행의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행 주변에선 내년 4월을 목표로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추가 완화정책의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는 페달을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와 같은 상태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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