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몇 년 전부터 LG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 자리 잡은 LG화학[051910]이 해외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나 일부 합작사에서도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고 손실만 입어 고민이다. 일부 사업은 업황 부진에 따른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따라서 성장동력으로 삼은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결 법인의 손실은 흔한 일이지만 문제는 기대했던 매출을 일으키지 못한 데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배터리 공장 가동이 시작됐고 합작사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으로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LG화학의 미국 미시간법인(LG Chem Michigan Inc.)은 올 3분기에만 매출 없이 1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올 상반기 손실액이 6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누적 손실 규모만 164억원에 달한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에도 역시 매출 없이 86억원의 손실을 본 바 있다.

자본금도 지난해 말 410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에는 374억원, 지난 분기 말에는 314억원으로 줄었다. 앉은 자리에서 자본금만 까먹는 형편이다.

이는 미시간주 홀랜드 배터리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공장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판매부진으로 직원들이 카드놀이나 비디오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화당 미트 롬니 대통령 후보 측은 친환경 정책의 실패를 드러낸 사례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몰아붙인 것.

미 에너지부는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한 경기부양법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7월 홀랜드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올 2월 발표된 에너지부 감사보고서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생산라인 5개 가운데 3개만 완공됐고 일자리 창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에너지부는 지적했다.

심지어 경제성을 이유로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Volt)에 납품하는 배터리도 한국 오창 공장에서 조달되고 있었다.

홀랜드 공장은 올 7월부터 가동됐다가 다시 특정 화학물질의 등록 여부가 불명확해 다시 중단되기도 했다.

매출 없이 손실을 보는 합작법인도 있다.

LG화학은 2009년에 중국의 3대 석유화학업체 중 하나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합작으로 고기능성수지인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당초 합작법인(CNOOC & LG Petrochemicals Co.,Ltd.)은 2010년 1단계 건설 후 2011년 하반기부터 15만톤 규모로 상업생산을 시작한 후 올해까지 15만톤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법인은 올 3분기에 매출 없이 15억원의 손손실을 입는 등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카자스흐탄 국영 석유화학기업과 합작한 법인도 손실을 나타내는 중이지만 공장 완공 및 생산이 오는 2016년으로 예정돼 있어 경우가 다르다.

또, 폴리실리콘 투자는 기약 없이 보류된 상태다. LG화학은 2011년 약 5천억원을 투입해 여수에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하고도 올해까지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러한 일부 사업 부진이나 지연에 대해 "홀랜드 배터리 공장은 3분기에 가동했으나 출하를 하지 않아 매출이 잡히지 않았다"며 "이번 분기부터 가동은 물론 출하도 시작한 만큼 매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합작법인은 시황 부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공장 건설이 예정보다 지체됐으나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폴리실리콘 투자의 경우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당분간 보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B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군과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로 LG화학이 그룹의 현금창출원 역할을 잘 수행해왔으나 성장동력으로 삼은 일부 부문에서 부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와 태양광 관련은 매출이 일어나도 업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불안요소도 안고 있다"며 "성장동력 사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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