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 온 ㈜STX가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갈 것인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지를 가늠하는 사채권자집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STX는 27일 88ㆍ96회차 회사채와 97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한 사채권자를 상대로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경영개선계획 및 채권조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절차를 진행한다.

㈜STX는 지난 5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으나, 채권단은 아직 체결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지난 8월 삼일회계법인이 자산ㆍ부채 실사를 진행한 결과 계속기업가치가 1조1천200억원으로 청산가치인 9천900억원에 비해 1천300억원이 많게 나타나 무난히 자율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채와 BW 등 비협약채권 규모를 감안하면 청산가치가 더 많은 결과여서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 것이다.

자율협약 체결 신청 당시 2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터라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줄 경우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컸다.

채권단은 비협약채권자들도 '고통분담'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STX에 비협약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STX의 비협약채권은 총 2천932억원(협약채권 포함시 3천332억원)이다.

㈜STX는 이들 채권의 만기를 2017년 12월31일로 연장하고, 사채이율을 2%로 조정하는 동시에 사채 총액의 58%를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서 사채권자의 동의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전체 사채권 3분의1 이상의 출석과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만 조정안이 통과된다.

사채권자들이 조정안에 동의하면 ㈜STX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채권단은 ㈜STX에 사채권자 동의와 함께 독자생존을 위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올 것도 요구했다.

㈜STX는 에너지사업(석탄ㆍ석유)과 원자재수출입(철강ㆍ비철), 기계엔진(기계플랜트ㆍ엔진영업), 해운물류서비스(물류ㆍS&P) 등 4대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이달초 발표한 바 있다.

그간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던 다른 계열사와의 연결고리가 사실상 끊긴 상태여서 ㈜STX는 독자생존을 위해 사업구조를 변경해야만 했다.

㈜STX는 사채권자의 동의만 받아내면 채권단이 요구한 사항을 어느 정도 충족하게 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26일 "㈜STX가 마련한 4대 사업모델이 완벽하진 않지만 사채권자의 동의만 있다면 일단 자율협약을 체결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사채권자도 고통분담에 나서겠다고 한 마당에 채권단이 이제와서 판을 깨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채권자가 조정안에 반대를 하게 되면 상황은 꼬이게 된다.

채권단은 사채권자의 고통분담이 없다면 자율협약을 굳이 체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STX는 독자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STX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주도의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 보다 더욱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STX는 청산이 불가피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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