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4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 열린 금융투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금융투자협회는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에 의해 출범했지만, 모태인 한국증권업협회의 역사는 6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3년 사단법인 대한증권업협회가 불과 5개 회원사로 설립돼 출발한 이래, 현재 305개 증권 및 유관기관들의 명실공히 대한민국 금융 및 자본시장의 대표 협회로 자리잡았다.

박종수 금투협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지난 60년의 세월동안 자본시장, 나아가 국가 경제발전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데 큰 감사와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증권업계의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념식엔 증권업계 안팎의 인사들이 협회 육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지만 예상보다는 인원이 적었다.

업황 부진 뿐 아니라 증권업계는 구조조정과 퇴출이 겹치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탓이다. 그룹사의 법정관리로 인해 기존 가치의 3분의 1토막이 난 채 곧 자본잠식이 예상되는 대형사의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역시 그룹사의 구조조정으로 패키지 매각될 처지에 놓은 중견사 사장의 축 늘어진 어깨는 안쓰럽기조차 했다. 지점과 직원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거친 뒤 교체설까지 언급된 대형사 대표는 참석후 행사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업계의 아픔을 다독이며 "자본시장이 국가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격려했고,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이 역동성을 회복하도록 감독 관행 등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협회 창립 60주년은 사람으로 따지면 육순이다. 나이 육십을 일컬어 공자는 `이순(耳順), 즉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고 비유했다.

증권업은 어느 업종보다 부침이 많은 곳이다. 업계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숱한 파고도 이겨왔고, 이번에 맞은 파고의 높이는 과거와는 다르지만 60살이라는 내공을 발휘하면 분명히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당국이 27일 발표하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증권업계 생존을 위한 돌파구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단순히 몇몇 규제를 푸는 차원을 떠나 10년, 100년 대계를 염두에 두고 자본시장의 발전이 결국 기초산업과 기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하도록 유도 해야하며, 이것이 국력으로 연결된다는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한다.

각종 운용의 규제를 효율적으로 풀어 투자자금을 활성화해야 하며,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글로벌 IB를 창출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은 제조업 기업은 잘 나가는데 이를 뒷받침할 금융산업이 없다'는 오명을 하루빨리 씻을 수 있을 것 같다.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