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27일 사모펀드(PEF) 설립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침을 발표하자 이재우 PEF협의회 회장(보고펀드 대표)은 대기업이 독식한 국내 자본 시장에서 PEF가 새로운 대안 자본으로 성장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규제 완화를 대환영한다"면서 "PEF가 실질적인 투자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복잡한 규제 체제를 개편해달라고 협의회 차원에서 그간 금융 당국에 건의했던 사항들이 수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PEF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도입 초기 당시 제기됐던 불건전한 투자에 대한 우려를 씻었다"며 "이제는 PEF 시장 차원에서 옥석 가리기가 충분히 진행돼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곳에는 충분한 신뢰가 생겼고, 가능성이 없는 곳은 자연스럽게 퇴출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PEF를 설립하려면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을 했어야 되는데 자금 모집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가 적용돼 등록제임에도 사실상 허가제처럼 운용됐다. 금융위는 앞으로 모든 PEF에 대해 설립 이후 보고하는 사후보고제를 적용하기로 해 설립이 쉬워졌다.

운용 규제도 대폭 손질됐다. 부동산 취득 후 처분제한 기간을 축소하고, 파생상품거래 제한과 채무보증·담보제공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다.

이 회장은 "대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을 독식하다 보니 중견·중소기업이 투자를 받지 못해 성장이 제한되고,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PEF의 주요 투자처가 성장 가능성이 큰데 경영권 승계나 신사업 진출 등의 이유로 현금이 필요한 중견·중소기업"이라며 "이번 규제 완화를 시발점으로 PEF는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대안 자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영국은 전체 기업의 20%가량이 PEF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중견·중소기업이 튼튼한 경제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번 PEF 제도 개편은 금융업이 경제민주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금융업 차원에서도 PEF는 은행과 증권, 보험업 외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 창조경제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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