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권자 출자전환 '부결'로 상장폐지 불가피

채권단 지원 없으면 독자생존 어려워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하던 ㈜STX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사채권자의 '반란'에 자율협약 체결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이며, 독자생존이 어려운 만큼 결국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STX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사채권자의 고통분담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2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었다.

㈜STX는 88회차(1천800억원), 96회차(247억원) 회사채와 97회차(885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는 사채권자들을 상대로 채권조정안과 출자전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채권조정안은 채권의 만기를 2017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하고 사채이율을 2%로 하는 것이며, 출자전환안은 사채 총액의 58%를 출자전환하는 것이다.

결과는 ㈜STX의 예상과 달랐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88회차 사채권자를 상대로 한 1차 회의에서 채권조정안은 가결됐으나 출자전환안은 가결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가결요건은 사채권자 3분의1 이상 참석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다. 출자전환안의 찬성비율은 65.4%로 가결요건에 1.6%포인트 모자랐다.

96회차 사채권자를 상대로 오후 3시부터 진행된 2차 회의에서는 채권조정안과 출자전환안이 모두 가결됐다.

하지만 88회차 회사채 규모가 1천800억원에 달해 ㈜STX의 출자전환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 ㈜STX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천50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올해말까지 출자전환이나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될 위기에 몰린다.

출자전환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가장 큰 규모의 채권을 가진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채권단도 사실상 자율협약 체결은 물건너갔다는 반응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사채권자의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면 자율협약 체결 가능성이 컸겠지만 출자전환안에 대한 반대표가 나오면서 채권단 지원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채권단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 출자전환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율협약 체결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STX의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로 구성돼 있다. 자율협약을 체결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채권단이 자율협약 체결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자 ㈜STX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일단 사채권자집회 최종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과 협의에 나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율협약 체결을 요청할 명분이 크게 줄어 난감한 상황이다.

㈜STX는 에너지사업(석탄ㆍ석유)과 원자재수출입(철강ㆍ비철), 기계엔진(기계플랜트ㆍ엔진영업), 해운물류서비스(물류ㆍS&P) 등 4대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해 전문상사로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만들어 이달초 발표한 바 있으나 채권단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끝내 자율협약 체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STX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STX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지난 5월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

지난 8월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진행한 자산ㆍ부채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1조1천200억원)가 청산가치(9천900억원) 보다 높게 나왔지만 채권단은 자율협약 체결에 주저했다.

실사 결과 경영정상화에 추가로 4천억원의 자금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미 5월에 3천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채권단은 신규로 자금을 지원해 줄 경우 만기를 앞둔 회사채와 BW 상환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을 우려했다.

지원 자금이 영업력을 강화해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데 쓰인다면 향후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지만 시장성 조달 채권을 갚는데 모두 쓸 경우 밑빠진 독에 물붓기 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군다나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STX조선해양 등 주요 핵심 계열사들이 채권단 체제하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STX의 사업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걸림돌로 봤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회사채와 BW를 보유하고 있는 사채권자들도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면서 사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자율협약을 체결해 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