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무너진 동북아 균형…한국의 고민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무너진 동북아 균형…한국의 고민
  • 승인 2013.12.0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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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제2차 세계대전 후 반세기 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힘의 균형은 한국이 지난 30~40년간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평화와 안정을 기반으로 한중일 3국은 21세기 들어 가장 주목받는 경제세력으로 부상했다.

최근 이러한 힘의 균형에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왕성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이 군사적 힘을 키워 해양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원자재와 수출입 등 해상 운송의 요구가 커졌고, 중국의 국부(國富)가 동쪽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만큼 해양방위도 전략적으로 중요해졌다. 동중국해에 있는 지하자원의 중요성도 중국이 해양을 중시하는 요인이다.

◆바다를 얻고 싶은 中…양보할 수 없는 美.日 = 중국 입장에서 태평양을 바라 보면 해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 일본에서 시작해 오키나와 열도와 대만, 필리핀을 선으로 잇는 미.일 동맹의 방위선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림설명:센카쿠 열도 분쟁 지역. 붉은 선은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선. 노란선은 중국이 주장하는 영토선. 노란선의 동쪽은 일본 영유권인 오키나와 열도. 출처: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중국이 센카쿠열도에서 영유권을 확보하면 태평양 해상으로 진출할 길이 열린다. 중국의 해상진출을 우려하는 미국과 일본은 이 부분에서 이해관계가 맞는다. 미국은 일본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以夷制夷), 일본은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 외교.안보.경제.군사적 이익을 얻는다. 지난 10월 도쿄에서 열린 미ㆍ일 외교·국방장관 회의(2+2)는 양국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물이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사실상 인정했으며 미사일방어(MD)용 첨단무기를 일본에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은 1997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했던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다시 부활했음을 알렸다. 미.일 동맹이 정체기를 지나는 동아시아 정세는 많은 변화를 했고 다양한 형태의 위협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케리 국무장관이 콕 집어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한 위협은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향후 15~20년간 미일 안보관계를 형성할 실제적인 토대를 만들 것임을 시사했다. 그 후 미.일의 밀월 관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은 명문가의 혈육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주일 대사로 임명했고 일본은 전례없는 외교적 환대로 그를 맞이했다.

미국은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귀환)라는 기치 아래 외교적 역량을 아.태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적당한 선에서 봉합한 것도 중동에서 발을 빼고 아시아에 집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중동에서 중요한 미국의 이익은 석유자원의 확보였으나 최근 미국에서 셰일가스 혁명이 일어나는 바람에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이 반감됐다. 미국이 셰일가스의 에너지화에 성공한다면 굳이 중동에서 많은 비용과 자원을 들여 힘을 뺄 필요가 없다.

◆ 고민하는 한국의 선택은 = 한국에게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는 아태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깨져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최악이다. 북한과 맞닿아있는 한국은 정치.외교.안보 상으로 미국과 가깝지만, 경제.무역 면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 명분과 실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안보라는 명분을 선택하면 경제 실리를 잃고, 경제 이익을 추구하다보면 안보가 취약해기 쉽다. 어려운 선택의 시간이 예상외로 빨리 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방공식별구역에 한국의 이어도를 포함시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나라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사태를 계기로 우리 외교의 균형추는 중국보다 미국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유감을 표명했고,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 사이 미국 백악관 아시아안보담당 관계자가 서울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우리나라는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결성해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대항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존재를 의식해 얼마전까지도 TPP 참여를 망설여왔다. 한국의 전격적인 TPP 참여는 아시아.태평양 외교전에서 중국을 등지고 미국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로 비춰진다. 이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불이익은 무역, 여행 등 경제 측면에서 다양하다. 이미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국채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로 경제 파워가 막강한 지위에 올랐다.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당국의 현명한 외교를 기대한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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