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글로벌 은행들이 트레이더들의 온라인 대화나 전화통화를 자동으로 감시하는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미국시간) 보도했다.

은행들이 규제 당국의 감독이 강화되면서 트레이더들이 업무과 관계없는 대화를 할 경우, 이를 잡아내는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기술전문회사인 체이스IT서비스에 따르면 은행들은 '인텔리전트 보이스(Intelligent voice)'를 도입해 트레이어들이 대화에서 사용하는 특정 단어나 문구를 잡아낸다.

주요 감시 단어나 문구에는 '핵폐기물(nuclear waste)'이나 '오프라인으로 얘기하자' 등이 있다.

트레이더들이 식사 전에 채팅으로 '중국 음식을 테이크아웃 하고 싶다'고 1회 이상 언급할 경우에도 감시 대상이 된다.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을 반복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단어나 문구가 트레이더간 별칭이나 암호로 사용될 가능성까지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밖에 '세계종말(end of the world)'이나 '얼음 위에서(on ice)'라는 단어도 부적절해 감시 대상이 된다.

인텔리전트 보이스는 트레이더들의 목소리를 통해 스트레스 수준도 측정한다. 트레이더들의 목소리에서 스트레스가 높다는 판독결과가 나오면 해당 트레이더의 메신저 채팅 내용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인텔리전트 보이스는 트레이더들의 문화적인 측면도 고려해 감시한다.

일례로 영국인 트레이더가 동료 트레이더와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의 말을 끊으면 그는 감시 대상 리스트에 오른다.

체이스IT의 나이젤 캐닝스 이사는 "영국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경우에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면 이탈리아인들은 그런 경향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체이스IT를 비롯해 여러 기술업체들이 감시 장치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회사인 SAS도 비슷한 감시 장치를 생산한다. SAS가 고안한 감시 장치는 각 트레이더에 '위험점수(risk score)'를 매겨 트레이더들을 감시한다. 예를 들어 한 트레이더가 다른 동료들보다 많은 건의 딜을 취소하면 이 트레이더의 위험 점수가 높아지는 식이다.

이밖에 미국계 회사인 HP오토노미, NICE액티마이즈도 감시 장치를 생산하고 있고, 스페인계 회사인 포네틱도 트레이더들의 전화통화나 메시지를 체크하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

언스트앤영의 법의학기술부문을 이끄는 데이비드 램니츠는 은행들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각종 감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은행인 방코산탄데르는 포네틱이 생산한 장치를 사용하고 있고, 라보뱅크와 모건스탠리는 HP오토노미의 감시 장치를 도입했다.

한편, WSJ는 은행들이 부패 방지를 위해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강제 휴가를 보내버리는 등의 방법도 고안해내고 있다고 전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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