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자체수입이 1천억 원에 불과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17조 원의 부채를 짊어진 데는 철도건설과 운영의 분리라는 철도산업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철도시설공단 부채 17조 원은 정책 부채를 대하는 정부의 진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의 부채 17조 원이 자구노력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철도시설공단의 작년 예산 9조 899억 원을 내용별로 보면 정부지원 4조 9천522억 원, 자체수입 4조 1천376억 원이다. 자체수입 중 3조 3천497억 원은 차입금으로 순수 자체수입은 545억 원이다.

이중 실제 수납된 금액은 1천39억 원으로 예산대비 두 배에 달했으며 해외공사 114억 원, 이자수입 76억 원, 기타 잡수입 849억 원이다. 철도시설공단에는 지난 2011년에도 399억 원이던 자체수입을 548억 원으로 초과달성했다.

자체수입증가와 비용절감 노력으로 작년 당기순손실을 전망치보다 1천억 원 줄인 931억 원에서 방어하는 등 이미 철도시설공단의 자구노력은 임계점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철도시설공단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호남과 수도권 고속철도건설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사업비는 국비와 철도시설공단 채권발행이 절반씩 차지한다.

정부는 철도시설공단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고속철도 선로사용료를 받아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사업비를 상환하게 했지만 이자비용 감당에도 버겁다.

철도시설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거둬들인 선로사용료는 3천471억 원으로 부가세를 제외하면 3천155억 원이다. 여기에 한국철도공사에 지급한 유지보수비 980억 원을 제외하면 이자상환재원은 2천175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는 작년 한 해 이자비용 4천416억 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며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발생한 이자비용 3조 2천280억 원 중 선로사용료에서 마련한 이자상환재원은 7천125억으로 상환율은 22.1%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철도투자에 따른 영업수익 등을 과대 추정한 정부의 오류도 한몫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고속철도 예상수입이 2004년 1조 1천억 원에서 2011년 3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2004년 5천512억 원, 2011년 1조 3천844억 원이 고작이었다.

결국, 철도공단은 빚을 갚으려고 빚을 내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어 누적금융부채가 15조 2천520억 원까지 증가했다.

나유성 국회예산정책처 사업평가관은 "근본적으로 수요예측의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선로사용료 인상 외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선로사용료만 예측 수준으로 올라와도 어느 정도 숨통이 틔일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2년 전부터 철저한 자구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며 "공단의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서도 단위 선로사용료 현실화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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