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ADT캡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사모펀드(PEF)들이었고 실사 자격을 얻은 PEF 6곳 중에 국내계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가 가격을 더 올려 실사자격을 얻을 가능성은 있으나 알짜 매물로 평가되는 ADT캡스에 국내 PEF들이 대거 불참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16일 인수·합병(M&A) 업계의 반응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매물 증가로 투자 기회도 많아졌으나 반대로 과거 인수했던 기업을 제때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PEF인 MBK조차도 씨앤엠(C&M)과 HK저축은행을 매각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있는 형편이다. 씨앤엠의 경우 과거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가와 함께 잠재 인수후보인 CJ그룹과 태광그룹이 오너 부재로 당장 인수에 나설 상황도 아니다. HK저축은행도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나마 과거 투자회수 전력으로 꾸준히 자금을 끌어모으며 올해만 코웨이, 네파, 코메다, ING생명을 인수하는 등 실적을 자랑할 수 있었다.

MBK는 지난 2008년에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테크팩솔루션 매각도 진행 중이다.

올해 삼양옵틱스 광학렌즈부문을 인수한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보고펀드)는 동양생명, 아이리버, LG실트론을 매각해야 한다. 동양생명의 경우 ING생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매각하려고 했으나 ING생명 인수에 실패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고 KTB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지분을 인수한 LG실트론은 실적 부진으로 IPO를 통한 엑시트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아직 매각시기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PEF들도 기업들을 대체하며 활발하게 지분 등을 매입하면서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진단된다.

쌍용양회, 대한시멘트의 지분을 인수하며 시선을 끈 한앤컴퍼니는 올해 대한해운 인수 직전까지 가더니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 근화제약, 한독약품, 교보생명 등의 경영권이나 지분을 매입한 데 이어 이번에 1조5천억원이 넘는 ADT캡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나 스틱인베스트먼트 등도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메우면서 최근 1~2년 새 여러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PEF 자체나 다른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에 신중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리딩투자증권, 코리아나 인수 협상에 실패한 데 이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김기준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이 투자한 43개 PEF중 20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3개 중 8개의 수익률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았다.

M&A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여전히 기업들의 자리를 PEF들이 대체하고 있으나 엑시트도 활발해야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고 베팅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SK와 한화, CJ그룹 등이 총수 부재로, 웅진과 STX, 동양그룹 등이 유동성 위기로 주요 인수자로 각각 나설 수 없게 되면서 PEF의 엑시트가 어려워진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ADT캡스 인수금액이 크기는 하지만 PEF로서는 매력적인 매물인데 국내 PEF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M&A 활성화를 위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