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정일 사망에 대해 외국 IB들과 외신들은 일제히 한반도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고, '총체적인 불투명성'에 휩싸였다고 진단했다. 핵심 키워드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였다.

이런 메가톤급 돌발 이벤트는 내년도 우리 금융시장에도 분명한 악재다. 금융시장은 예측가능성만 있으면 호·악재를 가리지 않고 견뎌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투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각 경제연구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미리 내놓은 내년도 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우리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기업들의 투자활동, 금융기관의 영업 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불확실성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 격랑' 속으로 휘말려,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심리적으로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소비가 위축될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사망소식이 이틀이나 지나서 외부에 발표되는 북한 내부의 메커니즘과 28세의 어린 지도자가 이끌 불가측성을 앞에 놓고 우리 국민이 새 옷을 사고, 여행을 떠나고,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외식을 하는 일을 활발하게 하기는 어렵다. 소비의 위축은 기업의 생산활동과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준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양극화는 심해질 수 있다. 비우량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심리적 시선의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점이다. 김정일 사망 발표 당일 미국의 CNN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온종일 이와 관련한 뉴스를 내보냈다. 연말까지 정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전 세계의 신문과 방송은 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신용평가회사와 금융기관들도 처음에는 한국의 펀드멘틀을 신뢰한다고 하다가, 북한의 권력 이양과정에서 '잡음'이 거듭 발생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리스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화될 수 있다. 이렇게되면 외국인들이 한국의 주식과 채권에 신규로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렵다. 잘해봤자 현상유지일 것이고 최악은 자금회수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유럽 재정위기까지 겹쳐 내년도 주가, 환율, 금리 등 가격변수는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워졌다. 주가는 불확실성 확대로 추가 조정 속에서 잘해봤자 L자형 횡보 흐름이 불가피하고, 환율도 내년 한 해 동안 대북뉴스에 따라 언제든 급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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