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9일 서울외환시장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 여파로 1,050원대 후반으로 반등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테이퍼링 기대감이 유지돼 왔으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공식 발표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은 이날 FOMC 이후 성명을 통해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매입 규모를 내년 1월부터 100억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11월에 처음 양적완화(QE)를 실시한지 5년 만이다.

미국의 테이퍼링 규모는 100억달러 수준으로 시장 예상과 다르지 않고, 크게 영향을 줄 정도로 이례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향후 양적완화 축소 기조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지지될 수 있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80.59대로 상승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달러화 상승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이날 미국 테이퍼링 여파로 살펴야 할 통화는 미 달러가 아닌 엔화다.

외환당국은 공통적으로 엔저 심화를 우려했다. 미국 테이퍼링으로 글로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그만큼 엔화 약세폭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엔-원 재정환율은 현재 100엔당 1,010.03엔대로 급락했다. 달러-엔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원 환율이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도 당장 엔-원 재정환율 100엔당 1,000원선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한은은 이날 미국 테이퍼링에 대비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개최하고, 시장 반응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글로벌 마켓이 오랫동안 테이퍼링 가능성에 적응해 온 만큼 시장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달러-엔 환율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어 엔-원 재정환율 하락 가능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Fed가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져도 상당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안정 노력을 같이한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엔화는 절하 속도가 너무 빠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의 수출입업체 수급도 주목할 만하다. 수출업체들은 미국의 테이퍼링에 따른 연말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 매도를 미룬 곳도 있다. 이에 달러화가 1,060원선에 근접하면 조금씩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 발표는 연말 포지션플레이에 나설 만한 모멘텀이 없던 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학습 효과가 형성돼 있어 달러 매수 압력이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되면서 달러화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단기적 자본유출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불확실성 해소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환율은 상승했다. 달러-원 1개월물은 1,056.50원에 최종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75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051.30원)보다 3.45원 상승한 수준이다. 달러-원 1개월물은 1,052.00원에 저점을, 1,057.00원에 고점을 기록했다.

따라서 서울환시에서 이날 달러화는 미국 테이퍼링 여파를 반영해 1,050원대 후반으로 레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엔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 엔-원 재정환율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100엔당 1,000원선을 위협할 상황이 되면 달러화 반등폭 확대에 외환당국이 힘을 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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